웨이모가 미니밴을 꺼낸 이유
웨이모가 전기 미니밴 로보택시 '오하이'를 공개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의 협력, 중국 지리자동차 플랫폼 활용, 주당 50만 건 운행 데이터가 만들어낸 이 차량이 자율주행 산업의 수익화 방정식을 어떻게 바꿀지 분석한다.
3,700대로는 돈이 안 된다
웨이모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율주행 데이터를 보유한 회사다. 주당 50만 건 이상의 유료 로보택시 운행, 10년 넘는 공도 테스트. 그런데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차 한 대 만드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든다.
현재 웨이모 차량의 97%는 재규어 I-페이스다. 전기차 플랫폼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로보택시용으로 설계된 차가 아니다. 승하차가 불편하고, 청소가 어렵고, 수리 비용이 높다. 무엇보다 대량 생산 구조가 아니다. 현재 전체 차량 수는 약 3,700대. 뉴욕 한 도시의 택시 수가 1만 3,000대라는 걸 감안하면, 이 숫자로 사업 규모를 키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나온 것이 '오하이(Ojai)'다.
오하이는 무엇이 다른가
오하이는 중국 지리홀딩스 산하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만든 미니밴을 기반으로 한다. 스웨덴에서 디자인됐고, 지커의 'SEA-M' 플랫폼 위에 올라갔다. 이 플랫폼은 원래부터 로보택시·물류 차량 같은 '미래 모빌리티 제품'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아키텍처다.
차량 외관은 파란색 미니밴이지만, 내부 설계 철학은 '수백만 명의 승객이 타고 내릴 수 있는 공간'이다. 평평한 바닥, 낮은 승차 높이, 양쪽 곤돌라형 도어가 기본이다. 충전 포트, 컵홀더, 넓은 레그룸, 점자 표시, 세 개의 대형 터치스크린까지 갖췄다. 청소가 쉬운 내장재와 빠른 충전, 모듈형 설계는 운영 비용을 낮추기 위한 선택이다.
가장 중요한 건 웨이모의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이 이 차에 탑재된다는 점이다. 카메라 13개, 라이다 4개, 레이더 6개, 외부 음향 수신기까지. 그런데 이 시스템의 핵심은 '모듈형 설계'다. 즉, 차량 플랫폼이 바뀌어도 동일한 자율주행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얹을 수 있다. 이미 발표된 두 번째 차량이 현대차아이오닉5다.
웨이모는 애리조나 공장에서 지커 차량에 자율주행 장비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생산을 진행하며, 연간 수만 대 규모로 생산 능력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비용 절감'과 '서비스 중단' 사이에서
오하이 출시 타이밍은 마냥 순탄하지 않다. 웨이모는 최근 로스앤젤레스·마이애미·피닉스·샌프란시스코에서 고속도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공사 구간 대응 문제 때문이었다. 애틀랜타와 샌안토니오에서는 홍수 대응 문제로 서비스를 멈췄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모든 상황'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이 상황에서 새 차를 내놓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오하이는 웨이모가 수익화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신호지만, 동시에 기존 서비스의 신뢰도 문제를 덮어버릴 수 없다.
한편 현대차와의 협력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 아이오닉5가 웨이모의 두 번째 플랫폼으로 채택됐다는 것은 단순한 납품 계약이 아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없이도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에 차량 플랫폼 공급자로 진입하는 경로가 생긴 것이고, 웨이모 입장에서는 검증된 전기차 플랫폼을 지커 외에도 다각화하는 전략이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차량 하드웨어의 분리가 실제 사업 모델로 구현되는 첫 사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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