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이 비었다, 두바이의 택시가 달린다
우버와 중국 자율주행 기업 위라이드가 두바이에서 안전 요원 없는 완전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한국 자율주행 산업과 현대차에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가.
택시를 불렀다. 차가 왔다. 그런데 운전석이 비어 있다.
이제 두바이에서는 이 장면이 현실이다. 우버와 중국 자율주행 기업 위라이드(WeRide)가 2026년 3월, 두바이에서 안전 요원 없는 완전 무인 로보택시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승객은 우버 앱에서 차를 부르면 된다. 탑승 구역은 두바이 실리콘 오아시스, 두바이 투자 파크, 자발 알리 산업 단지, 알 함리야 항구 등 상업·산업·물류 거점이다.
파일럿에서 상용으로: 무엇이 달라졌나
이 서비스가 처음부터 이 형태는 아니었다. 두 회사는 지난해 12월 두바이에서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요금을 받지 않았고 차량 내 안전 요원이 동승했다. 올해 2월, 두바이 도로교통청(RTA)이 무인 차량 시험 허가를 발급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요금을 내고, 사람 없이, 도로를 달린다.
현지 운영은 UAE 모빌리티·차량 관리 기업 타와술(Tawasul)이 맡는다. 기술은 위라이드가, 앱과 네트워크 라우팅은 우버가 담당하는 구조다. 웨이모와 우버의 협력 방식과 동일한 역할 분담이다.
재무적 맥락도 주목할 만하다. 우버는 2025년 5월 위라이드에 1억 달러를 투자하며 상업 로보택시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향후 5년간 15개 도시로 확장하기로 했다. 이번 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우버의 위라이드 지분은 현재 5.82%로, 시가 기준 약 4억 달러 수준이다.
'글로벌 현실'이 되는 자율주행
우버 자율주행·배달 부문 총괄 사르프라즈 마레디아는 성명에서 "완전 무인 차량을 두바이에 도입하는 것은 자율 모빌리티를 글로벌 현실로 만드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그는 "운전자와 자율주행차가 나란히 운행하는 하이브리드 세계"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 발언에서 흥미로운 단어는 '하이브리드'다. 우버는 자율주행이 인간 운전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모델을 강조한다. 이는 기존 우버 드라이버들의 반발을 의식한 포지셔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전략이기도 하다. 자율주행차가 모든 환경에서 작동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위라이드의 입장에서 두바이는 단순한 시장 하나가 아니다. 중동은 기후 조건(강한 햇빛, 모래 먼지), 도로 환경, 규제 체계 모두 중국·미국과 다르다. 이 환경에서 데이터를 쌓는 것은 글로벌 확장을 위한 기술적 자산이다.
한국은 어디쯤 있나
두바이의 이 장면은 한국 독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Motional)을 통해 기술을 개발해왔지만, 2024년 말 모셔널의 대규모 인력 감축과 사업 재편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서울 일부 구간에서 자율주행 버스·택시 시범 운행이 이뤄지고 있지만, 상용 무인 서비스로의 전환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규제 환경도 변수다. 한국은 2025년 자율주행차 상용화 촉진법을 정비했지만, 완전 무인 운행 허가를 위한 구체적 기준은 여전히 논의 중이다. 두바이가 두 달 만에 파일럿에서 상용 무인 허가로 전환한 속도와는 대조적이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주목할 지점이 있다. 위라이드는 나스닥 상장 기업이다. 우버의 지분 확대와 두바이 상용화 소식은 주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국내 자율주행 관련 종목—현대차,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부품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가늠해볼 시점이다.
탑승자가 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질문은 하나다. '나라면 탈 것인가?'
안전에 대한 신뢰는 데이터로 쌓인다. 웨이모는 미국에서 수백만 킬로미터의 무인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며 신뢰를 구축했다. 위라이드는 광저우, 아부다비 등에서 운행 이력을 쌓아왔다. 두바이 서비스의 초기 운행 구역이 산업 단지와 항구 등 비교적 교통량이 단순한 지역으로 설정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하지만 사고가 한 번 발생하면 여론은 급격히 바뀐다. 2018년 우버 자율주행차의 보행자 사망 사고가 미국 전체 자율주행 규제를 수년간 후퇴시켰다. 두바이의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느냐, 아니면 한 번의 사건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느냐는 아직 열린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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