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는 금지어입니다 — 미국 과학자들의 침묵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속에 미국 연방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대신 '극한 날씨'를 쓰기 시작했다. NSF 기후 관련 연구비 지원은 1년 새 77% 급감. 과학의 언어가 정치에 의해 바뀔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미국 농무부 연구소에서 일하는 과학자들 사이에 요즘 공공연한 비밀이 하나 있다. 절대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단어. 그들은 그것을 "금지된 C단어"라고 부른다. Climate — 기후.
100개 이상의 단어가 사라졌다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에 위치한 국립농업활용연구센터의 노조위원장 에단 로버츠는 연방 정부에서 거의 10년을 일해왔다. 트럼프 1기도 버텼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그는 말한다.
변화의 신호탄은 지난해 3월에 터졌다. USDA 농업연구서비스의 상부에서 내부 메모 한 장이 내려왔다. 내용은 간단했다. 계약서나 협약서를 제출할 때 100개 이상의 특정 단어와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 그 중 3분의 1 가량이 기후와 직결된 표현들이었다. "지구온난화", "기후과학", "탄소격리" — 모두 목록에 올랐다.
로버츠와 동료들이 찾아낸 해법은 단순했다. 단어를 바꾸는 것. "기후변화"는 "고온 현상"으로, "탄소 배출"은 "토양 건강"으로, "온난화 영향"은 "극한 날씨"로 교체됐다. 연구 내용은 그대로인데, 포장지만 바뀐 셈이다.
숫자가 이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미국 대학 연구비의 약 4분의 1을 지원하는 국립과학재단(NSF)의 연구비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후변화"를 제목이나 초록에 포함한 연구과제 수가 2023년 889건에서 2024년 148건으로 77% 급감했다. 같은 기간 "극한 날씨"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연구 제안서는 오히려 늘었다. 과학자들이 스스로 언어를 검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원칙적으로는 더럽게 느껴지지만"
일리노이 주립 기후학자인 트렌트 포드는 이제 연구비 신청서에 "기상 극값"과 "기상 변동성" 같은 표현을 쓴다.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원칙적으로는, 기후변화를 연구하면서 기후변화라고 부르지 못하는 게 더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기후변화'라는 말만 빼고 모든 걸 다 쓴 연구 제안서가 아무 문제 없이 통과되는 걸 직접 봤다."
포드의 팀이 겪은 일은 이 상황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바이든 임기 말인 2024년 말, 중서부 농업에 기후 조건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NSF 과제 신청서에 "다양한(diverse) 농민 집단과 소통하겠다"는 문구를 넣었다. 당시엔 오히려 권장되던 표현이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취임한 뒤 같은 신청서가 심사를 받게 되자, NSF 담당자는 그 문구를 삭제하고 "모든 미국 농민"과 이야기하겠다는 표현으로 바꿔 재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팀은 수정 후 재제출했고, 지난 4월 승인을 받았다. 4개월 전에는 필수였던 언어가, 4개월 후엔 사형선고가 됐다.
운이 나쁜 경우도 있었다. 익명을 요청한 농업연구서비스 소속 한 과학자는 DOGE(정부효율부)가 기관의 주요 연구 프로그램들을 통째로 없애버렸다고 전했다. 수십만 달러 규모의 수경재배 연구 프로젝트도 사라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프로젝트는 "기후변화(CC)"와 거의 무관한 연구였지만, 바이든 시절 예산 확보를 위해 앞에 'CC' 딱지를 붙였던 것이 화근이 됐다. "'CC'가 붙은 건 뭐든 다 잘려나갔다"고 그는 말했다. "불행히도 그게 이번 행정부에서 부메랑이 됐다."
돈이 마르면 과학도 마른다
연구비가 연방 정부에서 끊기자, 일부 과학자들은 다른 곳에서 돈을 찾기 시작했다. 아메리칸대학교의 데이나 피셔 교수는 북미 기후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위한 민간 자금을 확보했고, 해외 펀딩도 알아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그녀는 미국 도시·주 차원의 기후 행동이 연방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과제를 노르웨이 연구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의회 관계자들에게 그 사실을 언급했을 때 돌아온 반응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응?' 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공화당 행정부일 때는 그렇게 되는 거예요'라고 했다."
로드아일랜드대학교의 오스틴 베커 교수는 트럼프 1기부터 이미 "기후"라는 단어를 "해안 복원력"으로 바꿔왔다. 그리고 그 표현을 지금도 그냥 쓴다. 언어가 한번 바뀌면, 원래대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이건 한국과 무관한 일인가
표면적으로 이 이야기는 미국 연방 관료제 내부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파장은 다르게 읽힌다.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고, 기업들은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탄소 감축 압박을 받고 있으며, 그 근거의 상당 부분은 미국과 유럽의 기후 과학 연구에서 나온다. 미국 연방 연구기관의 기후 관련 데이터와 연구가 줄어든다면, 글로벌 기후 정책의 과학적 근거 자체가 얇아질 수 있다.
또한 한국 연구자들도 NSF 등 미국 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국 내 연구비 지형의 변화는 국제 공동 연구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 근본적인 질문도 있다. 특정 정치 환경에서 '불편한 단어'를 피하는 자기검열의 관행 — 이것이 비단 미국만의 현상일까. 한국의 연구자들, 공무원들, 기업들도 특정 시기에 특정 단어를 피해왔던 경험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본 콘텐츠는 AI가 원문 기사를 기반으로 요약 및 분석한 것입니다. 정확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원문 확인을 권장합니다.
관련 기사
캘리포니아 솔턴 해가 말라가면서 농약·중금속이 섞인 독성 먼지가 인근 라틴계 저소득 아동의 폐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USC·UC어바인 연구팀의 7년 추적 연구 결과를 분석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48개 주에 유권자 등록 명단을 요구하며 주정부와 법적 충돌을 빚고 있다. 선거 행정의 연방화 논란과 개인정보 보호 사이의 긴장을 짚는다.
2026년 4월 1일, 미국 서부의 적설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순한 가뭄이 아니다. 물 순환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2026년 미국 서부 역사적 적설 가뭄. 70개 하천 유역 중 65개가 평년 대비 50% 미만. 콜로라도강 수력발전 위기, 산불 시즌 우려, 한국 농산물 수입에도 영향.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