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NDA를? 트럼프식 '침묵 계약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공무원 전체에 포괄적 비밀유지협약(NDA) 서명을 추진한다. 민간 기업의 관행을 정부에 이식하려는 이 시도가 민주주의 투명성에 던지는 질문을 짚는다.
민간 기업에서 퇴사하는 직원에게 내미는 서류가 있다. '이 회사에서 보고 들은 것을 밖에서 말하지 마시오.'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 연방 공무원 수십만 명에게 그 서류를 내밀려 하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 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포괄적 비밀유지협약(NDA) 서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사관리처(OPM)가 초안을 마련했으며, 공무원들이 "비공개·기밀·독점 정보를 보호할 현행 법적 의무를 인지하고 준수하겠다"는 내용에 서명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이 계획은 초안 단계에 머물러 있다. 30일간의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야 하며, 이후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법적 구속력의 범위나 위반 시 제재 수위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미 국방부를 비롯한 일부 기관 직원들에게 NDA와 함께 거짓말 탐지기 검사까지 실시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그 범위를 연방 정부 전체로 확대하려는 시도다.
왜 지금인가: '누설'과의 전쟁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인사들은 오랫동안 언론 보도와 내부 제보자를 향해 날을 세워왔다. 미국-이란 전쟁 관련 정보, 카시 파텔 FBI 국장의 음주 습관 의혹 등 민감한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올 때마다 행정부의 분노는 커졌다.
NDA는 그 분노의 제도화다. 서명 자체가 새로운 법적 의무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공무원들은 이미 기밀 정보 보호 의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NDA가 도입되면 행정부는 '계약 위반'이라는 새로운 법적 수단으로 내부 고발자와 제보자를 압박할 수 있다. 심리적 억제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서명이라는 행위 자체가 '말하면 책임진다'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더 넓은 맥락에서 보면, 이 조치는 트럼프 2기의 일관된 흐름 위에 있다. 법무부 고위직에 자신의 전 개인 변호사들을 앉히고, 백악관 잔디밭에서 UFC 경기를 열고, 집무실을 금빛으로 치장하는 것처럼—정부를 개인 조직처럼 운영하려는 충동의 연장선이다. NDA는 민간 기업 오너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전형적인 도구다. 트럼프는 공무원을 미국 국민이 아닌 자신을 섬기는 직원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주의와 투명성: 맞서는 두 논리
행정부의 논리는 단순하다. 기밀 정보 유출은 국가 안보를 해치고 정책 결정 과정을 왜곡한다. 공무원이 법적 의무를 재확인하는 서류에 서명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것이다.
반론은 역사에서 나온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딥 스로트', 이라크전 포로 학대를 알린 내부 고발자, 그리고 수많은 정부 실책들—이 모두는 공무원의 '누설'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공개된 정보가 때로는 권력 남용을 막는 유일한 안전장치였다. NDA가 그 통로를 좁힌다면, 국민은 자신들을 대신해 일하는 정부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미국의 내부고발자 보호법(Whistleblower Protection Act)이 NDA와 충돌할 가능성도 법학자들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법적으로 보호받는 내부 고발 행위를 NDA가 위축시킬 수 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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