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의 '숨겨진 운전자'를 공개하라
미국 상원의원이 웨이모, 테슬라 등 7개 자율주행 기업에 원격 운전 보조 인력 현황 공개를 요구했지만, 기업들은 핵심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의 실체는 무엇인가?
당신이 탄 '무인' 택시, 사실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베일 뒤의 조종실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도로를 달리는 동안, 어딘가의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응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원격 운전 보조 운영자(RAO, Remote Assistance Operator)라 불린다. 차량이 복잡한 교차로에서 멈추거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만나거나, 시스템이 판단을 유보할 때 — 이 인간 운영자들이 개입해 차량을 안내한다.
자율주행 업계는 오랫동안 이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완전 자율"이라는 이미지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상원의원 에드 마키(민주당, 매사추세츠)가 이 불편한 진실을 공식 조사 대상으로 올렸다.
마키 의원실은 오로라(Aurora), 메이 모빌리티(May Mobility), 모셔널(Motional), 누로(Nuro), 테슬라, 웨이모(Waymo), 아마존 자회사 죽스(Zoox) 등 7개 로보택시 기업에 서한을 발송했다. 핵심 질문은 세 가지였다: RAO가 몇 명이나 운영되고 있는가, 얼마나 자주 개입하는가, 그리고 개입 없이 완전 자율로 운행되는 비율은 얼마인가.
기업들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공개할 수 없다.
왜 이 숫자가 중요한가
개입 빈도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이 숫자는 자율주행 기술의 실제 성숙도를 가늠하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다.
예를 들어 차량 100km 주행당 원격 개입이 1회 발생하는 시스템과 0.001회 발생하는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전혀 다른 단계에 있다. 전자는 여전히 인간의 보조에 크게 의존하는 반자율 시스템이고, 후자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에 근접한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도, 규제 당국도, 심지어 투자자도 이 숫자를 모른다.
마키 의원이 이 조사에 나선 배경에는 최근 잇따른 사고들이 있다. 웨이모 차량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소방차와 충돌하고, GM 크루즈의 로보택시가 보행자를 끌고 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규제 공백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다. 크루즈는 결국 2023년 캘리포니아 면허를 박탈당하고 서비스를 중단했다.
기업 vs. 의회: 서로 다른 셈법
기업들이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영업 기밀"이다. 개입 빈도 데이터는 경쟁사에게 기술 수준을 노출하는 민감한 정보라는 논리다. 웨이모는 이미 상당한 투명성을 자처하며 일부 안전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마키 의원실의 시각은 다르다. 공공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안전 데이터는 기업의 사유 정보가 아니라 공공의 알 권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항공업계에서는 자동 조종 장치의 개입 기록이 규제 당국에 의무 보고되며, 이 데이터는 사고 조사와 안전 기준 수립에 활용된다. 자율주행차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소비자 입장에서 이 논쟁은 더 근본적인 질문을 건드린다. 내가 탑승한 차량이 '자율주행'이라면, 나는 그 자율성의 실제 수준을 알 권리가 있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읽힐까
한국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 그리고 모셔널은 이번 마키 의원의 서한을 받은 7개 기업 중 하나다. 카카오모빌리티, 네이버, 42dot 등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들도 공공도로 실증을 확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차 안전 기준을 정비하고 있지만, 원격 운전 보조 인력의 운영 현황을 의무 공시하는 규정은 아직 없다. 미국 의회의 이번 움직임이 국제 기준 논의로 이어질 경우, 한국 규제 당국도 유사한 공시 요건을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
자율주행 산업에 투자하는 이들에게도 이 논쟁은 중요한 신호다. 원격 운전 보조 인력의 규모는 곧 운영 비용과 직결된다. RAO 한 명이 동시에 몇 대의 차량을 관리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단위당 운영비가 결정되고, 이는 로보택시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을 좌우한다.
웨이모가 차량 1대당 RAO 1명을 배치한다면, 그건 기존 택시와 비용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1명이 50대를 관리할 수 있다면 완전히 다른 경제학이 성립한다. 이 숫자가 공개되지 않는 한, 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불완전한 정보 위에 서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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