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출시 전 정부 검토? 트럼프의 뒤바뀐 패
백악관이 AI 모델 출시 전 정부 사전 검토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규제 철폐를 외쳐온 트럼프 행정부의 돌변인가, 아니면 다른 셈법인가.
데이비드 삭스가 백악관 회의실에 앉아 있다. AI·암호화폐 황제(Czar)라는 직함을 달고 지난 1년간 그가 해온 일은 하나였다. 규제를 걷어내는 것. 바이든 시대의 AI 행정명령을 폐기하고, 업계 자율에 맡기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그런데 2026년 5월, 뉴욕타임스가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렸다.
백악관이 AI 모델을 시장에 내놓기 전, 정부가 먼저 검토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규제 없는 AI"를 외쳤던 정부가 왜
트럼프 행정부의 AI 기조는 명확했다. 취임 직후 바이든의 AI 안전 행정명령을 폐기했고, '미국 AI 우위'를 위해 업계의 손발을 묶지 않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오픈AI, 구글, 메타 같은 빅테크들도 이 기조에 안도했다. 유럽연합(EU)의 AI법처럼 출시 전 적합성 평가를 요구하는 규제가 대서양 건너편에서 자리잡는 동안, 미국은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그런데 사전 검토 논의가 흘러나왔다. 표면적으로는 180도 전환처럼 보인다.
하지만 워싱턴 정가를 오래 들여다본 시각에서는 이게 단순한 정책 선회가 아닐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AI를 둘러싼 두 개의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하나는 '미국 기업을 풀어줘야 중국을 이긴다'는 경쟁론, 다른 하나는 '국가 안보상 통제가 필요하다'는 안보론이다. 사전 검토 논의는 후자가 내부에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누가 무엇을 원하는가
이해관계자들의 셈법은 제각각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겉으로 협조적인 척하면서도 속내는 복잡하다. 사전 검토 자체보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검토하느냐가 핵심이다. 정부 검토가 제도화되면 심사 기준을 선점한 대형 기업이 유리하다. 스타트업이나 오픈소스 진영은 같은 기준을 맞추기 훨씬 어렵다. 규제가 오히려 기존 강자의 해자(垓字)가 되는 역설이다.
국가 안보 진영은 다르게 본다. 강력한 AI 모델이 적대 세력의 손에 들어가거나, 생물무기·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을 막으려면 출시 전 검문소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이 시각에서 사전 검토는 규제가 아니라 안보 인프라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중소 개발사들은 가장 불안하다. '검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비용과 시간은 얼마나 드는지에 따라 시장 진입 자체가 막힐 수 있다. 이미 EU AI법이 중소 개발사에 불균형한 부담을 준다는 비판이 유럽 내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다.
지금 이 논의가 중요한 이유
타이밍이 예사롭지 않다. 2026년은 미국과 중국 모두 차세대 AI 모델 경쟁에서 임계점에 다가서는 해다. 중국은 딥시크 이후 자국 AI 생태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고, 미국 내에서는 '이러다 중국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 맥락에서 사전 검토 도입은 속도를 늦추는 브레이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사전 검토 없이 강력한 모델들이 계속 쏟아질 경우 어느 시점에서 걷잡을 수 없는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이다. AI 안전 연구자들이 반복해서 경고해온 지점이다.
결국 이 논의의 핵심은 속도냐 통제냐가 아니다. '누가 통제권을 쥐는가'다. 정부가 사전 검토권을 가져가면, AI 산업의 게이트키퍼가 시장에서 정부로 이동한다. 그 권한이 어떻게 행사될지는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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