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중국을 대신할 반도체 허브가 될 수 있을까
트럼프가 베트남을 첨단기술 수출통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 속에서 베트남이 새로운 반도체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분석한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32나노미터 반도체 공장 착공식이 열린 지 5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을 첨단기술 수출통제 명단에서 제외하겠다고 약속했다. 냉전 시대부터 중국, 러시아, 북한과 함께 제재 대상이었던 베트남이 70년 만에 이 목록에서 빠지게 된 것이다.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가 아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대신할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거대한 전략의 핵심 퍼즐 조각이다.
베트남의 완벽한 타이밍
베트남 최고지도자 토람이 워싱턴을 방문하기 전 5주 동안의 움직임은 치밀했다. 1월 15일 팜민찐 총리가 ASML 부사장과 만났고, 2일 후 재무장관이 같은 대표단과 베트남 내 훈련센터 설립을 논의했다. 그리고 2월 20일 백악관에서 트럼프의 약속을 받아냈다.
"반도체 공급망에서 이번 결정은 베트남이 후방 조립 허브에서 상위 제조 및 설계 파트너로 전환한다는 신호"라고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수자이 시바쿠마르 국장은 분석했다.
현재 베트남엔 7,000명의 반도체 엔지니어가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5만 명으로 늘리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퀄컴은 베트남에 세계 3위 규모 연구센터를 열었고, 암코는 16억 달러를 투자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일까, 위협일까
베트남의 부상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 복잡한 신호를 보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는데, 베트남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베트남이 단순 조립을 넘어 설계와 제조까지 진출한다면 장기적으론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베트남이 집중하는 32나노미터 칩은 자동차, 통신장비, 산업장비에 쓰이는 영역이다. 한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메모리 반도체와는 다른 영역이지만, 글로벌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베트남의 의도는 분명하다.
모든 나라가 주목하는 '베트남 공식'
베트남의 성공 공식은 단순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명확한 선택을 하되, 자국의 산업 기반을 동시에 구축하는 것이다. 냉전 시대 적국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그것도 70년 만에 변신한 베트남의 사례를 다른 나라들이 벤치마킹하려 한다.
분석가들은 2032년까지 베트남의 글로벌 반도체 패키징 시장 점유율이 2022년 1%에서 9%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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