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쓴 20억 달러, 의회는 "불법"이라 한다
미국 정부가 양자컴퓨팅 스타트업에 2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의회는 이 돈의 용도가 반도체 공공연구였다며 위법 가능성을 제기했다. IBM과 정부가 공동 설립하는 Anderon의 운명은?
돈이 먼저 나갔다. 법적 근거는 나중에 따진다.
지난주 미국 정부는 양자컴퓨팅 스타트업들에 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각 기업당 1억 달러씩, 지분을 받는 조건이다. 발표 직후 업계는 환호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미 하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 간사인 조이 로프그렌(민주당, 캘리포니아) 의원은 이 투자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유는 단순하다. 의회가 승인한 돈의 용도는 반도체 분야 공공연구 지원이었지, 민간 기업 지분 취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Anderon'이다
이번 투자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Anderon이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사실상 이번 정부 결정이 없었다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기업이다. IBM과 정부가 각각 10억 달러씩 출자해 설립하며, IBM의 인력과 지식재산권(IP)을 이어받는다. 역할은 양자처리장치(QPU)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다. IBM을 포함해 최첨단 양자 하드웨어에 접근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누구든 Anderon에 계약을 맡길 수 있다.
구조만 보면 반도체의 TSMC 모델을 양자컴퓨팅에 이식한 셈이다. 문제는 이 회사의 탄생 자체가 의회 승인 없이 집행부 판단만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공공 자금으로 특정 민간 기업을 사실상 창업한 것이 합법인지,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왜 지금, 왜 이 방식인가
이 투자의 타이밍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이 양자컴퓨팅 분야에 국가 주도로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는 속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의회의 긴 심의 과정을 거치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 논리가 법적 절차를 우회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반도체 공공연구 지원을 위해 배정된 예산을 민간 기업 지분 투자로 전용했다면, 이는 행정부가 의회의 예산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헌법상 예산 집행 권한은 의회에 있다.
로프그렌 의원의 문제 제기는 단순히 이 투자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행정부가 기술 경쟁을 명분으로 의회 감독을 우회하는 관행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볼까
이번 투자 대상인 스타트업들 입장은 복잡하다. 1억 달러는 양자컴퓨팅처럼 상용화까지 수년이 걸리는 분야에서 생존을 결정짓는 돈이다. 그런데 투자의 법적 정당성이 흔들리면, 이미 집행된 자금이 회수되거나 후속 지원이 끊길 수 있다. 정부 자금에 사업 계획을 맞춰놓은 기업들에게는 존폐가 걸린 문제다.
반면 Anderon처럼 정부와 IBM이 공동 설립하는 구조는 민간 스타트업과 결이 다르다. 이 회사가 법적 논란에 휘말리면, 그 파장은 단순한 투자 취소를 넘어 미국 양자컴퓨팅 인프라 전략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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