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전 홍수가 현대 기후에 보내는 경고
상나라 갑골문자, 태평양 수온, 그리고 고대 유적지 발굴 데이터. 전혀 다른 세 가지 증거를 연결해 3000년 전 대홍수의 원인을 밝힌 연구가 현대 기후변화에 던지는 질문.
3000년 전 중국 황하 유역을 휩쓴 대홍수의 원인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 수온 변화였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이상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난징대학교 기상학자 딩 커(Ke Ding)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는 언뜻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세 가지 증거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갑골문자, 태평양 해수면 온도 기록, 그리고 고대 유적지 발굴 데이터. 이 조합이 3000년 전 상나라(商나라)를 덮친 재앙의 전말을 밝혀냈다.
갑골문자가 기록한 재앙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중국 중원에는 두 문명이 나란히 번성하고 있었다. 황하 유역의 상나라는 중국 최초의 문자를 탄생시켰고, 수도 은허(殷墟)에서는 수천 명을 희생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 거행됐다. 한편 쓰촨성 청두 평원의 삼성퇴(三星堆) 문화는 거대한 청동 두상, 금박 마스크, 옥과 상아로 만든 유물들을 제작해 거대한 제사 구덩이에 묻었다.
상나라 사람들은 갑골문자로 날씨, 제사, 전쟁, 수확을 기록했다. 그 기록 속에는 반복되는 홍수의 흔적이 남아 있다. 연구팀은 이 문자 기록을 첫 번째 증거로 삼았다.
두 번째 증거는 지층에서 나왔다. 고고학 발굴 데이터를 보면 이 시기 황하 유역의 여러 취락이 동시에 버려졌다. 홍수로 인한 집단 이주의 흔적이다.
세 번째 증거가 가장 흥미롭다. 산호 코어와 해양 퇴적물 분석을 통해 복원한 태평양 수온 기록이다. 연구팀은 이 시기 태평양에서 엘니뇨-라니냐 주기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태평양에서 황하까지, 연쇄 반응
연구팀이 그린 인과관계의 사슬은 이렇다. 태평양 수온이 올라가자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강도가 세졌다. 강력해진 태풍이 중국 남부 해안을 강타하면서 내륙 깊숙이 막대한 수분을 공급했다. 이 수분이 황하 유역에 극단적인 강수를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상나라 심장부에 대홍수가 들이닥쳤다.
상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을 덮친 물이 수천 킬로미터 밖 바다의 온도 변화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3000년 후의 과학자들은 그 연결고리를 찾아냈다.
왜 지금 이 연구가 중요한가
이 연구의 진짜 무게는 과거 재현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함의에 있다.
태평양 수온은 지금도 변하고 있다. 엘니뇨 현상의 빈도와 강도는 지난 수십 년간 달라지고 있으며, 기후 모델들은 온난화가 심화될수록 이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연구팀은 상나라 시대의 사례가 태평양 수온 변화가 동아시아 전역에 연쇄적 기상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실증 사례'라고 본다.
한국도 이 연쇄 반응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반도는 태풍 경로의 직접 영향권에 있으며, 여름철 집중 호우 패턴은 남중국해 수온과 밀접하게 연동된다. 2022년 서울 강남 침수, 2023년 충청권 기록적 폭우 모두 이 큰 그림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기후 연구자들의 시각이다.
더 넓게 보면, 이 연구는 '기후 귀인(climate attribution)' 과학의 가능성을 넓힌다. 특정 기상 재앙이 어떤 원인에서 비롯됐는지 추적하는 이 분야는 기후 소송, 보험, 재난 대비 정책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3000년 전 데이터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다면, 현재의 데이터로는 훨씬 더 정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른 시각들
이 연구를 바라보는 시각은 하나가 아니다.
고고학자들의 입장에서 이 연구는 문헌 기록과 물질 증거를 기후 데이터와 통합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동시에 삼성퇴 문명의 갑작스러운 쇠퇴와 대규모 제사 구덩이의 의미를 재해석할 단서가 될 수 있다. 왜 그들은 귀중한 유물을 땅에 묻었을까. 재앙 앞에서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을까.
기후 회의론자들은 단 하나의 지역 사례로 현대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라고 반론할 수 있다. 지구는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 이전에도 수온 변동을 겪었고, 그 자연적 변동폭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한 논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정책 입안자들 입장에서는 이 연구가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3000년 전 문명이 예측하지 못한 연쇄 기상 재앙에 무너졌다면, 우리는 지금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가. 한국의 홍수 대비 인프라는 '과거의 최악'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지만, 기후 시스템이 달라지고 있다면 그 기준 자체가 틀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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