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제로는 정말 건강할까? RFK 주니어가 놓친 진실
미국 보건장관 RFK 주니어의 '설탕은 독' 발언이 화제다. 하지만 과학은 무설탕보다 '적당한 설탕'을 지지한다. 과연 우리는 설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아이 생일케이크를 받아들고 순간 죄책감이 밀려왔다. 이 달콤한 케이크 속 설탕이 아이에게 독이 될까?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장관은 설탕을 '독'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영향으로 미국 식이지침은 10세 미만 아동의 첨가당 섭취를 전면 금지했다. 성인도 하루 10mg 이하(그릭 요거트 작은 컵 한 개 분량)로 제한하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과학은 정말 '무설탕'을 지지할까? 설탕에 대한 극단적 공포가 오히려 건강한 식습관을 해치고 있는 건 아닐까?
설탕도 가지가지다: 천연 vs 첨가당
설탕 공포증의 핵심 문제는 모든 설탕을 하나로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는 두 종류가 있다.
천연 설탕은 과일이나 통곡물에 자연적으로 들어있다. 사과의 과당, 우유의 유당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설탕은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과 함께 존재해 우리 몸이 천천히 소화할 수 있다.
첨가당은 가공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넣은 설탕이다. 콜라의 액상과당, 과자의 백설탕, 커피의 시럽이 대표적이다. 다른 영양소 없이 순수 당분만 들어있어 혈당을 급격히 올린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오렌지를 통째로 먹으면 혈당이 완만하게 오르지만, 오렌지 주스를 마시면 급격히 치솟는다. 과일 섭취와 당뇨병 위험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과일을 많이 먹는 사람일수록 당뇨 위험이 낮아졌다. 단, 과일 주스는 예외였다.
한국인의 설탕 섭취 현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당류 섭취량은 72.1g으로 WHO 권고량(50g)을 초과한다. 특히 20-30대에서 가장 높다. 문제는 '숨은 설탕'이다. 커피믹스 한 봉에 6-8g, 요거트 하나에 15-20g, 에너지 드링크 한 캔에 35g이 들어있다.
하지만 케네디식 '무설탕' 접근법이 답일까? 한국 영양학계는 회의적이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연구팀은 "극단적 당분 제한은 오히려 폭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사 유연성이 답이다
최신 영양학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대사 유연성'이다. 우리 몸이 탄수화물과 지방을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특정 영양소를 완전히 배제하면 이 능력이 떨어진다. 2022년 메타분석에 따르면 만성적으로 낮은 당분 섭취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몸이 당분 처리 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 식단을 보자. 고구마, 현미, 과일 등 천연 당분이 풍부한 식품들이 건강 장수의 비결로 여겨져왔다. 문제는 설탕 자체가 아니라 가공된 첨가당이었던 것이다.
완벽보다 현실적 접근을
케네디의 메시지에는 분명 일리가 있다. 미국인의 평균 첨가당 섭취량은 하루 68g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설탕은 독'이라는 극단적 프레임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설탕 없는 과일이 어디 있나요?"라는 질문이 급증했다. 건강한 과일마저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오르토렉시아'다. 완벽한 식단에 대한 강박이 오히려 섭식장애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아이들에게 음식에 대한 불안감을 심어주면 평생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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