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가 폭식을 부른다는 믿음, 사실일까?
1970년대 밀크셰이크 실험이 만들어낸 '다이어트 유해론'이 50년간 통념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최신 연구는 정반대를 말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잘못 믿어왔는가?
'먹고 싶은 걸 참으면 오히려 더 많이 먹게 된다.'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말, 어디서 시작됐는지 아는가?
밀크셰이크 한 잔이 바꾼 50년의 통념
1975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자들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여대생 45명을 모아 일부에게 밀크셰이크를 한두 잔 마시게 한 뒤, 세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앞에 놓고 자유롭게 먹게 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평소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 여성들은 밀크셰이크를 마신 뒤 아이스크림을 덜 먹었다. 이미 배가 찼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소 체중을 걱정하며 식이 제한을 하는 여성들은 달랐다. 밀크셰이크를 마신 뒤 아이스크림을 밀크셰이크 없이 먹을 때보다 평균 66% 더 많이 먹었다.
연구자들은 여기서 대담한 이론을 끌어냈다. '다이어트와 식이 제한이 오히려 과식과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 이 논리는 빠르게 퍼졌다. 거식증, 폭식증, 폭식 장애 등 모든 식이장애가 칼로리 제한 시도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고, 일부 과학자들은 식이 제한이 비만의 원인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 연구는 식이장애 치료의 방향을 바꾸고, '직관적 식사(intuitive eating)' 운동을 촉발했으며, 수많은 부모가 자녀에게 음식을 대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그 실험에는 결정적 허점이 있었다
문제는 이 이론이 과학적으로 탄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초기 연구들은 '식이 제한'을 일관되게 정의하지 않았고, 제한과 과식이 함께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줄 뿐,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측정 방식이었다. 연구자들은 설문지로 참가자들이 얼마나 다이어트를 하는지 파악했는데, 수십 년 뒤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자 에릭 스타이스가 같은 설문지와 실제 칼로리 섭취량을 함께 측정해보니 둘 사이에 거의 상관관계가 없었다. '강한 다이어터'로 분류된 사람이 '약한 다이어터'보다 하루 평균 23칼로리밖에 덜 먹지 않았다. 스타이스는 이를 두고 "땅콩 네 알을 안 먹으면서 다이어트 중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2000년대 들어 무작위 대조 실험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에게 개인 맞춤형 칼로리 제한 식단을 처방하고 6개월 뒤를 관찰한 결과, 이들은 평균 체중의 10%를 감량했고, 폭식 증상은 오히려 줄었으며, 자신의 몸에 대한 불안감도 낮아졌다. 예일 의과대학 연구팀이 폭식 장애와 비만을 동시에 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칼로리 제한이 폭식을 줄였고, 일부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4분의 3 가까이가 폭식 장애 완화를 경험했다.
'다이어트가 문제'라는 믿음이 50년간 살아남은 이유
왜 이 이론은 과학적 허점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오래 살아남았을까. 미시간 대학교 심리학자 애슐리 기어하트는 소셜 미디어가 이 이론을 증폭시켰다고 말한다. 직관적 식사,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 반(反)다이어트 운동이 SNS를 타고 확산되면서, '어떤 형태로든 식이 제한은 해롭다'는 인식이 상식처럼 굳어졌다. 버팔로 대학교 영양사 캐서린 발란테킨은 "요즘 일부 환경에서는 아이에게 초가공식품을 무제한으로 허용하지 않으면 나쁜 부모처럼 여겨진다"고 말한다.
이 믿음이 매력적인 이유도 있다. 맛있는 음식을 참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 고통이 사실 해롭다'는 메시지는 듣기 좋다. 하지만 현대 연구가 제시하는 그림은 훨씬 복잡하다. 드렉셀 대학교 심리학자 마이클 로우는 197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식품 환경이 급격히 바뀌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패스트푸드, 고당분·고지방 식품의 폭발적 증가, 그리고 초가공식품의 일상화. 현재 미국인은 칼로리의 약 절반을 초가공식품에서 섭취한다. 이런 환경에서 식이 제한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다이어트가 폭식을 유발해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과식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인과관계가 반대였던 것이다.
최신 연구들이 제안하는 식이장애 발생 경로도 두 갈래다. 하나는 몸에 대한 불만족이 극단적 다이어트로 이어지는 경로. 그런데 그동안 많은 사람이 무시해온 또 다른 경로가 있다. 과식과 폭식이 체중 증가를 낳고, 그것이 다시 몸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지는 경로다. 밀크셰이크 실험에서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먹은 여성들도, 다이어트 때문에 폭식한 게 아니라 원래 과식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 논의는 낯설지 않다. 청소년 사이에서 '먹방'과 '다이어트 콘텐츠'가 동시에 소비되고, 부모들은 아이에게 음식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 초가공식품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 청소년의 가공식품 의존도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높아졌고, 소아·청소년 비만율도 증가세다. '먹고 싶은 대로 먹게 두는 것'이 정말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지, 아니면 또 다른 문제의 씨앗이 되는지, 이제 우리도 다시 물어야 할 시점이다.
본 콘텐츠는 AI가 원문 기사를 기반으로 요약 및 분석한 것입니다. 정확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원문 확인을 권장합니다.
관련 기사
GLP-1 약물과 연예인들의 급격한 체중 감량으로 '마른 몸'이 다시 트렌드가 되고 있다. 바디 포지티브 운동은 정말 끝난 걸까?
미국 보건장관 RFK 주니어의 '설탕은 독' 발언이 화제다. 하지만 과학은 무설탕보다 '적당한 설탕'을 지지한다. 과연 우리는 설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크리스티 놈 해임 후 트럼프가 지명한 마크웨인 멀린 상원의원. 전직 격투기 선수 출신의 그가 26만 명 조직을 이끌 수 있을까? 미국 국토안보부의 혼란과 새 수장의 과제를 짚는다.
2026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예측.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와 '시너스'의 격돌, 그리고 5개월짜리 시상식 시즌이 우리에게 묻는 것.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