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지구를 구한다"는 빅테크의 허황된 약속
구글이 주장한 'AI로 온실가스 5-10% 감축' 근거를 추적했더니 '고객 경험'이 전부였다. 빅테크의 기후 공약,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5-10%라는 숫자의 비밀
구글이 2030년까지 AI로 전 세계 온실가스를 5-10%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을 때, 에너지 연구자 케탄 조시는 깜짝 놀랐다. 이는 유럽연합 전체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규모였다. "이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이 놀라운 수치의 근거를 추적해보기로 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구글의 주장은 BCG 컨설팅의 2021년 분석에 근거했는데, 그 분석의 유일한 근거는 "고객과의 경험"이었다. 조시는 이를 "허술한 근거"라고 평가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 분석이 ChatGPT 출시 1년 전에 나온 것으로, 현재의 에너지 집약적인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시작되기 전이었다는 점이다.
약속과 현실 사이의 괴리
구글은 2023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조용히 인정했다. AI 구축으로 인해 회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증가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BCG의 5-10% 수치를 유럽 정책입안자들에게 제시하며 정책 권고안을 내놓고 있다.
조시가 월요일 발표한 새 보고서는 더욱 놀라운 사실을 밝혔다. AI가 기후변화를 해결할 것이라는 150개 이상의 주장을 분석한 결과, 학술 연구로 뒷받침된 것은 25%에 불과했다. 3분의 1 이상은 아예 공개적인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AI의 사회적 영향과 에너지 시스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주장하지만, 그런 주장들은 종종 엄밀함이 부족하다"고 에너지 기술 연구자 존 쿠미는 지적했다.
어떤 AI를 말하는 건가요?
더 큰 문제는 빅테크들이 말하는 'AI'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호하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해결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AI는 대부분 전통적인 머신러닝 기술이다. 홍수 예측, 전력망 효율성 개선, 신종 발견 등에 사용되는 알고리즘들 말이다.
하지만 현재 데이터센터 구축 열풍을 이끄는 것은 ChatGPT, Claude, 구글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다. 이들은 훈련과 운영에 막대한 컴퓨팅 파워와 전력을 필요로 한다.
맥길대학교의 데이비드 롤닉 교수는 이 점을 지적한다. "빅테크 기업들의 문제는 수치가 완전히 정량화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현재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AI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동시에 ESG 경영 압박도 받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자체 AI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에너지 효율성 문제에 직면했다.
특히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지만, 제조업 비중이 높아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빅테크의 '장밋빛 AI 기후 솔루션'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제로 검증된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투명성이 답이다
조시는 해결책이 간단하다고 본다. "기업들이 생성형 AI의 기후 영향을 과장한다고 걱정한다면, '올해 우리 에너지 증가분은 6테라와트시였고, 그중 2테라와트시가 생성형 AI용이었다'고 공개하면 된다."
AI 지속가능성 연구자 사샤 루치오니도 동의한다. "더 크고 무한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서사는 이것만이 유일한 AI이고 유일한 미래라고 우리를 설득하려 한다. 하지만 훨씬 작고 효율적인 모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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