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 거부한 회사, 환자는 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생유 제조사 Raw Farm이 대장균 집단감염 연루 의혹에도 리콜을 거부하고 있다. FDA 조사 결과 9명이 감염됐으며, 한 명은 신부전 합병증을 겪었다. 비살균 유제품 논쟁의 핵심을 짚는다.
환자는 아홉 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제조사는 여전히 "우리 제품이 원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3월 27일, 캘리포니아 기반 생유(raw milk) 제조사 Raw Farm의 비살균 치즈와 우유에 연루된 대장균(E. coli) 집단감염 환자가 9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달 초 첫 발표 이후 2명이 추가된 수치다. 감염자는 3개 주에 걸쳐 분포하며, 이 중 3명이 입원했다. 가장 심각한 사례는 1명으로,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이라는 치명적 합병증이 발생해 신부전 상태에 이르렀다.
증거는 쌓이는데, 리콜은 없다
FDA 조사관들은 9명 중 8명을 직접 인터뷰했다. 8명 모두 비살균 유제품을 섭취했다고 답했다. 이 중 브랜드를 기억하지 못한 1명을 제외한 7명이 Raw Farm 제품을 지목했다. 구체적으로는 5명이 Raw Farm의 생 체다 치즈를, 2명이 Raw Farm의 생우유를 마셨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환자들에게서 채취한 대장균 샘플의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결과, 균주들이 높은 유사성을 보였다. 역학 조사에서 이는 공통 감염원이 존재함을 강력히 시사하는 근거다.
그럼에도 Raw Farm은 리콜을 거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자사 제품과 집단감염 사이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생유'는 왜 이 논쟁의 중심에 서는가
비살균 유제품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논쟁의 대상이었다. 지지자들은 저온살균 과정에서 유익균과 효소가 파괴된다며 건강상 이점을 주장한다. 일부 소비자들은 '자연 그대로의 식품'을 선택할 권리를 강조하기도 한다.
반면 FDA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비살균 유제품이 대장균, 살모넬라, 리스테리아 등 치명적 병원균의 주요 매개체라는 입장을 수십 년째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생유 관련 식중독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어 왔다.
현재 미국 내 30개 이상의 주에서 생유 판매가 합법이지만, 주간(州間) 상거래는 연방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Raw Farm은 캘리포니아에서 합법적으로 운영 중이다.
한국에서 이 뉴스를 읽는 이유
한국에서는 비살균 원유를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 식품위생법상 허용되지 않는다.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우유는 살균 처리가 의무화되어 있어, 이번 사태가 직접적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사건이 한국 독자에게 의미 없는 건 아니다. 첫째, 수입 치즈 시장이다.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 치즈 중 일부는 비살균 원유로 만든 제품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여전히 낮다. 둘째, '자연식품' 트렌드다. 국내에서도 발효식품, 자연식, 무가공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가공하지 않은 것이 더 건강하다'는 믿음이 어디까지 근거가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기업의 위기 대응 방식이다. 소비자 피해가 명백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리콜을 거부하는 기업의 태도는, 식품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논의와 직결된다.
이해관계자들의 시각
FDA와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신속한 리콜과 유통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유전체 분석까지 일치하는 상황에서 제조사의 리콜 거부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Raw Farm과 생유 지지자들은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회사 측은 자체 검사 결과를 근거로 제품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문제가 된다. 알고 먹는 것인지, 모르고 먹는 것인지. 충분한 정보 제공 없이는 '자유로운 선택'도 의미가 없다.
규제 당국에게 이 사태는 자발적 리콜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낸다. FDA는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리콜에 응하지 않을 경우 강제할 권한이 제한적이다. 미국 내 식품 리콜 제도의 구조적 허점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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