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1조 그루, 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 세계가 1조 그루 나무 심기에 나섰지만, 단일 수종 위주의 조림은 오히려 생태적 사막을 만들 수 있다.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13년 실험이 보여주는 혼합림의 가능성.
터키에서 심은 1,100만 그루의 묘목 중 90%가 석 달 만에 고사했다. 가뭄과 관리 부실 때문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실패 사례가 아니다. 전 세계가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내세우는 '나무 심기 운동'의 근본적인 허점을 드러내는 경고다.
1조 그루의 역설
유엔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를 '생태계 복원의 10년'으로 선언했다. 본 챌린지(Bonn Challenge)와 트릴리언 트리 캠페인(Trillion Trees Campaign) 같은 국제 이니셔티브들이 앞다퉈 나무 심기를 기후 행동의 핵심으로 내세웠고, 이 10년 안에 1조 그루 이상을 심겠다는 계획이 세워졌다. 매년 수천억 달러가 생태계 복원에 투입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심느냐다.
현재 전 세계 조림 사업의 상당 부분은 단일 수종 플랜테이션, 즉 한 종류의 나무만 빽빽하게 심는 방식에 의존한다. 포플러만 줄지어 선 숲, 소나무만 가득한 산. 멀리서 보면 울창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생명이 없다. 병해충이나 가뭄이 한 번 덮치면 단일 수종 플랜테이션은 통째로 무너진다. 나무를 심었지만 숲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13년의 실험이 말하는 것
스미소니언 환경연구센터(Smithsonian Environmental Research Center)의 생태학자들은 2013년부터 체서피크만 인근 약 24만 제곱미터(60에이커)의 묵은 농지에 1만 8,000그루의 묘목을 심기 시작했다. 실험의 이름은 BiodiversiTREE.
연구팀은 성장 속도가 다른 16종의 자생 수종을 골랐다. 일부 구획에는 단일 수종만, 다른 구획에는 4종 혹은 12종을 무작위로 섞어 심었다. 질문은 간단했다. '자연을 흉내 낸 혼합림이 단일 수종 플랜테이션보다 잘 자랄까?'
13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분명하다.
혼합림에서 자란 포플러와 레드오크 같은 주요 목재 수종은 단일 수종 구획의 같은 나무보다 최대 80% 더 크게 자랐다. 혼합림은 잎 병원균이 적고, 새들의 먹이가 되는 애벌레가 더 풍부했으며, 잎의 화학적 다양성이 높아 사슴의 피해도 줄었다. 수관(樹冠)이 더 촘촘하게 채워지면서 그늘진 하층부에는 곤충, 거미, 조류가 단일 수종 구획 대비 최대 50% 더 많이 서식했다.
이 결과는 한 지역의 예외가 아니다. BiodiversiTREE는 전 세계 120만 그루 이상, 수백 종의 나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실험 네트워크 TreeDivNet의 일부다. 대륙과 기후대를 가로질러 결론은 일관된다. 다양한 수종이 섞인 숲은 더 빠르게 자라고,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며, 가뭄과 병해충에 더 강하다.
그런데 왜 여전히 단일 수종인가
수십 년간 증거가 쌓였음에도 혼합림 조림은 여전히 소수다. 이유는 현실적이다. 혼합림은 설계가 복잡하고, 조성 비용이 높으며, 관리가 어렵다. 무엇보다 '경제적 수익이 단일 수종 플랜테이션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증거가 최근까지도 충분하지 않았다.
상업 임업 입장에서 단일 수종 플랜테이션은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이다. 심고, 기다리고, 수확한다. 혼합림은 각 수종의 생장 주기와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하니 훨씬 까다롭다. 국제 조림 캠페인들이 이런 플랜테이션을 실적에 포함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숫자는 채워지지만, 생태적 가치는 공허하다.
스미소니언 연구팀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실험 Functional Forests를 시작했다. 20종의 수종을 각각의 기능(목재, 야생동물 서식지, 식용 열매, 사슴 저항성, 기후 회복력)에 따라 선별하고, 이를 조합한 약 200개 구획을 비교한다. 단순히 '섞는' 것이 아니라 '목적에 맞게 설계된 혼합'이다. 예를 들어 포포나무(Pawpaw)처럼 식용 열매를 맺는 수종을 포함해, 생태적 기능과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한국 산림 정책과의 접점
이 연구는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 전후 황폐화된 산지를 복원하기 위해 수십 년간 대규모 조림을 추진해왔고, 그 결과 산림 면적은 크게 늘었다. 그러나 리기다소나무, 낙엽송 등 단일 수종 위주의 경제림이 많아 생태적 다양성이 낮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최근 기후변화로 산불과 병해충 피해가 잦아지면서 단일 수종 산림의 취약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림청은 탄소 흡수원 확충과 생태계 다양성 제고를 위해 혼합림 조성 비율을 높이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BiodiversiTREE의 데이터는 이런 정책 전환에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다만 한국의 지형, 기후, 수종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실험 결과를 그대로 이식하기보다는 국내 환경에 맞는 혼합림 모델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투자자와 기업의 시각에서도 이 흐름은 주목할 만하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기업들이 탄소 상쇄를 위해 조림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고 있는데, 단일 수종 플랜테이션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고사 사태가 벌어지면 탄소 크레딧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다. '어떤 숲을 심었느냐'가 곧 투자 리스크 관리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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