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격 폭등 예고, 메모리칩 품귀에 전자업계 비상
AI 열풍으로 메모리칩 공급 부족 심화, 2026년 TV·가전제품 가격 상승과 출하량 감소 불가피. 삼성·LG 등 한국 기업 대응 전략은?
창고에 쌓인 완제품에서 메모리칩을 뜯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이 새 제품 출시를 위해 기존 재고품의 부품을 '해체'하는 극단적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케이 아시아가 2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AI 붐으로 촉발된 메모리칩 공급 부족 사태가 2026년 소비자 가전업계를 강타할 전망이다. 여러 전자제품 제조업체가 올해 출하량 전망을 하향 조정했으며, 일부는 창고에 보관 중인 기기에서 구형 메모리 부품을 분리해 신제품 생산에 활용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AI가 가져온 메모리 대란
문제의 핵심은 AI 하드웨어 수요 폭증이다. ChatGPT부터 자율주행차까지, AI 기술이 확산되면서 고성능 메모리칩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같은 고급 메모리는 가격이 300% 이상 뛰었다.
이런 가격 상승은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수익성 높은 AI용 칩 생산에 집중하면서 일반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을 줄인 결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은 AI 데이터센터와 서버 시장을 우선시하고 있어, TV와 스마트폰용 메모리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렸다.
대만의 한 전자제품 제조업체 임원은 "현재 메모리칩 확보가 가장 큰 과제"라며 "일부 제품 라인은 출하 계획을 20-30%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나
공급 부족의 직격탄은 결국 소비자에게 향한다. TV, 스마트폰, 노트북 등 메모리가 필수인 거의 모든 전자제품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특히 TV 시장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TV는 AI 서버나 그래픽카드보다 마진이 낮아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흡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TV 제조업체 관계자는 "메모리 비용이 40% 늘어났는데, 이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다"며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 같은 한국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두 회사 모두 TV와 가전제품 부문에서 메모리 조달 비용 상승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는 올해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급망의 새로운 질서
이번 메모리 대란은 단순한 공급 부족을 넘어 전자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준다. AI 기술이 산업 전반의 자원 배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스마트폰과 PC가 반도체 수요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AI 데이터센터와 서버가 최우선 고객이 됐다. 메모리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같은 용량이라도 AI용 메모리가 5-10배 높은 가격에 팔리니, 선택은 자명하다.
문제는 이런 구조적 변화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AI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고, 메모리 제조 증설에는 최소 2-3년이 걸린다. 즉, 소비자 가전 시장의 메모리 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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