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가 살던 공장이 AI 패권 전쟁터가 됐다
인텔이 20년 가까이 방치됐던 뉴멕시코 반도체 공장을 부활시켰다. 첨단 칩 패키징 기술로 TSMC에 도전장을 내민 이 전략이 삼성과 SK하이닉스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다.
2007년, 미국 뉴멕시코주 리오란초의 인텔 공장 Fab 9에서 마지막 웨이퍼가 나온 뒤 불이 꺼졌다. 직원들이 떠난 자리에 너구리 가족과 오소리 한 마리가 들어왔다. 200에이커(약 81만㎡) 부지의 첨단 시설이 야생동물 서식지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공장이 2024년 1월, 다시 깨어났다.
왜 지금, 왜 패키징인가
인텔은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으로 받은 5억 달러를 포함해 수십억 달러를 이 시설에 쏟아부었다. 부활한 Fab 9과 인접한 Fab 11X의 임무는 단순한 칩 생산이 아니다. '첨단 패키징'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AI 시대의 핵심 기술을 담당하게 됐다.
첨단 패키징이란 여러 개의 작은 칩(칩렛)을 하나의 맞춤형 패키지로 결합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하면, 각각 다른 공장에서 만든 부품들을 하나의 강력한 프로세서로 조립하는 정밀 공정이다.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AI 연산에 필요한 칩은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는데, 단일 칩으로 만드는 데는 물리적·경제적 한계가 있다. 패키징 기술은 그 한계를 우회하는 길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서고 있는 지금, 이들이 필요로 하는 건 단순히 '칩을 만들어줄 곳'이 아니라 '복잡한 칩을 정교하게 조립해줄 곳'이다. 인텔은 바로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
TSMC의 아성, 흔들릴까
현실은 냉정하다. 첨단 패키징 분야의 압도적 강자는 TSMC다. 인텔의 생산 규모는 아직 비교 자체가 어려운 수준이다. TSMC의 CoWoS(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 패키징은 엔비디아의 H100, B200 GPU에 사용되며 사실상 AI 반도체 공급망의 병목 지점이 되어 있다. 수요가 너무 많아 공급이 달릴 정도다.
하지만 인텔에게는 한 가지 카드가 있다. 미국 땅에 있는 공장이라는 것.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공급망 탈중국화 기조 속에서,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은 단순한 경쟁 우위를 넘어 지정학적 자산이 됐다. TSMC가 대만에 있다는 사실이 미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점점 더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삼성·SK하이닉스에 미치는 파장
한국 반도체 업계도 이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자체 기술(2.5D, 3D 패키징)을 보유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으로 AI 반도체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그러나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의 패키징 역량을 강화할수록, 고객사들이 원스톱으로 패키징까지 해결하려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
더 직접적인 영향은 HBM 시장에서 나올 수 있다. 첨단 패키징의 핵심 소재 중 하나가 HBM이기 때문이다. 인텔의 패키징 사업이 성장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수요처가 늘어날 수도 있다. 경쟁자이자 고객이라는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는 셈이다.
공장 부활이 상징하는 것
너구리가 살던 공장의 귀환은 단순한 설비 재가동이 아니다. 미국이 한때 포기했던 제조업 역량을 AI 시대의 논리로 되살리려는 시도다. CHIPS Act라는 정책적 지원, AI 수요라는 시장 동력, 그리고 지정학적 불안이라는 배경이 맞물린 결과다.
인텔은 지난 몇 년간 파운드리 사업에서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며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이 패키징 전략이 반전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또 다른 과잉 투자로 기록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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