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걀의 절반이 케이지프리가 된 이유
2000년대 초 몇 퍼센트에 불과했던 케이지프리 달걀이 어떻게 미국 달걀의 절반을 차지하게 됐을까? 동물권 운동과 기업 압박의 20년 성과를 분석한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케이지프리 달걀은 전체의 몇 퍼센트에 불과했다. 지금은 48%에 달한다. 20년 만에 일어난 이 변화 뒤엔 무엇이 있을까?
맥도날드, 스타벅스, IHOP 같은 거대 식품 기업들이 2025년까지 케이지프리 달걀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목표에 못 미쳤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대형마트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 달걀의 절반 이상은 슈퍼마켓에서 판매된다. 그런데 정작 대형마트들이 케이지프리 전환에 소극적이었다. 코스트코나 트레이더 조는 거의 100% 케이지프리로 전환했지만, 다른 체인들은 여전히 미적거리고 있다.
특히 주목받은 건 네덜란드 기업 아홀드 델하이즈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2,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데, 푸드 라이언, 스톱 앤 숍, 자이언트 같은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동부 지역에 사는 미국인이라면 한 번쯤 가봤을 마트들이다.
10년 전, 이 회사는 2025년까지 케이지프리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24년 말, 갑자기 목표를 7년 연장해 2032년으로 미뤘다. 조류독감과 달걀값 상승, 소비자 수요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작은 단체가 거대 기업을 움직인 방법
동물권 단체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카운터빌리티 보드 같은 단체들이 나섰다. 이들의 예산은 수백만 달러 수준이지만, 상대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다국적 기업이었다. 전형적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이들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본사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고,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슈퍼볼 광고까지 내보냈다. 1년간의 집중적인 압박 끝에, 결국 기업이 손을 들었다.
아홀드 델하이즈는 2032년 목표는 유지하되, 2년마다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매장 달걀 코너에 케이지프리 제품을 강조하는 안내판도 설치하기로 했다.
겉보기엔 사소해 보이지만, 동물권 전문가들은 "밤과 낮의 차이"라고 평가한다. 투명성 확보가 핵심이었다.
절반의 성공, 남은 절반의 과제
지난 20년간 미국의 케이지프리 달걀 비율이 급증한 건 두 가지 전략 덕분이었다. 기업들을 압박해 자발적 전환을 이끌어내고, 동시에 12개 주에서 케이지프리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물론 케이지프리가 완전히 잔혹성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케이지프리 농장에서도 동물 학대 사례가 발견되곤 한다. 하지만 평생 좁은 철창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은 환경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케이지프리 법안을 통과시킬 만한 주는 거의 남지 않았고, 2025년 목표를 놓친 기업들 중 상당수는 의욕을 잃고 있다. 일부는 아예 홈페이지에서 관련 약속을 슬그머니 삭제하기도 했다.
크로거, 퍼블릭스, 월마트 같은 대형 체인들은 여전히 목표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알디, 웨그먼스, H-E-B, 알버트슨스 계열 마트들은 진행 상황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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