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스타트업이 배터리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도넛랩이 주장하는 '꿈의 배터리' 기술. 5분 충전에 400Wh/kg 에너지 밀도라는데,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배터리 업계 판도가 바뀔까?
400Wh/kg에 5분 충전이라고?
핀란드 스타트업 도넛랩(Donut Lab)이 지난달 발표한 내용은 배터리 업계를 술렁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전고체 배터리로 5분 만에 충전되고, 에너지 밀도는 400Wh/kg에 달한다는 것. 현재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250~300Wh/kg인 점을 고려하면 60% 이상 향상된 수치다.
더 놀라운 건 가격이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저렴하면서도 '100% 친환경 소재'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극한의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10만 회 충방전이 가능하다는 것까지.
하지만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기술적 장벽이 매우 높은 전고체 분야에서 데모조차 없었다"며 시카고대학교 셜리 멩 교수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토요타도 못한 걸 핀란드 스타트업이?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소재를 사용해 더 컴팩트하면서도 안전하다. 주행거리는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충전시간은 대폭 단축된다.
문제는 상용화다. 토요타는 한때 202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약속했지만, 지금은 2027~2028년으로 미뤘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도 2027년 소량 생산을 계획 중이다. 중국의 창안(Changan)이 올해 테스트를 시작해 내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게 가장 빠른 일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핀란드 스타트업이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선언한 것이다. 메릴랜드대학교 에릭 왁스만 교수는 "갑자기 나타났다. 아무도 모르는 회사"라며 당혹감을 표했다.
'모든 성능이 상충된다'
중국 배터리 업체 스볼트 에너지의 양홍신 회장은 "모든 파라미터가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고에너지 밀도와 급속충전은 트레이드오프 관계다.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려면 전극을 두껍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면 이온 이동이 느려져 급속충전이 어렵다.
고성능 배터리는 당연히 비싸다. 그런데 도넛랩은 기존 리튬이온보다 저렴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친환경 소재로만 만든다니,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만하다.
도넛랩도 이런 회의론을 의식했는지, 지난주 'I Donut Believe'라는 제목의 영상 시리즈를 예고했다. "그럴 만하다. 여기 증거가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4분 30초 충전 영상의 함정
2월 23일, 도넛랩이 공개한 첫 번째 테스트 결과는 인상적이었다. 제3자 기관에서 진행한 급속충전 테스트에서 단일 셀이 0%에서 80%까지 4분 30초 만에 충전됐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이 속도로 충전할 때 배터리가 몇 번이나 버틸 수 있을까? 충전 중 셀 온도가 상당히 올라갔는데, 실제 전기차에 적용할 때 열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도넛랩은 3월 2일 추가 발표를 예고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비상한 주장에는 비상한 증거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어떻게 볼까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도넛랩의 기술이 진짜라면, 한국 기업들의 전략도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기술 검증이 먼저"라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연구소 관계자는 "배터리는 안전이 생명인데,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성급하게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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