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째 바다 위에 갇혀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선박 방치 문제가 겹치며 전 세계 2만 명의 선원이 위험에 처했다. 글로벌 해운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을 들여다본다.
월급 한 푼 못 받은 채 14개월. 케랄라 출신 선원 PK 비제이는 지금도 아라비아만 어딘가에 정박한 선박 위에 있다. 그는 가족에게 전화할 때마다 "나는 괜찮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사람의 이야기, 수만 명의 현실
비제이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겠다는 기대로 대출까지 받아 배에 올랐다. 처음부터 이상했다. 약속과 달리 배정된 곳은 마하칼(Mahakal)이라는 폐선 직전의 선박이었다. 그는 다른 배로 옮겨주겠다는 말을 믿고 기다렸다. 달이 지나도 아무 연락이 없었다. 취업을 알선한 에이전트도, 선박 소유주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계약은 이미 끝났다. 하지만 그는 떠날 수 없다. 국제 해운 관행상 선원이 공식적으로 하선하려면 선박 소유주의 '사인오프(sign-off)' 서류가 필요하다. 소유주가 사라진 지금, 비제이에게 합법적인 귀국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비제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국제운수노련(ITF)에 따르면 2025년은 선박 방치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해다. 전 세계적으로 409척의 선박이 방치됐고, 6,200명 이상의 선원이 영향을 받았다. 그중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사례만 150건 이상이다. 국적별로는 인도인이 가장 많고, 필리핀인과 시리아인이 뒤를 이었다.
전쟁이 덮친 구조적 허점
여기에 지정학적 변수가 더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막히면서 아라비아만 일대에 약 1,900척의 상선이 발이 묶였다. 국제해사기구(IMO)는 3월 24일까지 이 지역에서만 18건의 선박 공격이 보고됐으며, 사상자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비제이는 "아직 우리 배 근처에서 직접적인 공격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ITF 해양 운영 코디네이터 존 카니아스는 다른 현실을 전했다. "최근 한 선원이 보내온 영상에는 선박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곳에서 미사일이 폭발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습니다." 연료와 전력을 잃은 채 표류하는 선박도 보고됐다.
문제의 구조는 이렇다. 현대 해운업은 '다국적 분산 구조'로 설계돼 있다. 선박 소유는 A국, 선적 등록은 B국, 실제 운항 관리는 C국 회사가 맡는 식이다. 이 구조는 평시에는 비용 효율적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책임의 공백을 만든다. 마하칼처럼 IMO에 공식 등록조차 되지 않은 선박은 더욱 그렇다.
누가 책임지는가
ITF는 아라비아만, 호르무즈 해협, 오만만 일부를 '고위험 구역'으로 지정하고, 선주들에게 선원이 계약을 종료하고 싶을 경우 이를 허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선주의 협조가 전제다. 연락이 끊긴 선주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각국 정부의 대응도 엇갈린다. 선원 공급국인 인도, 필리핀 등은 자국민 보호를 위한 외교적 압박을 시도하지만, 선적 등록 국가(편의치적국)들은 세금 수입을 위해 규제를 느슨하게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화주 기업들은 화물이 안전하게 이동하는 한 선원 문제에 개입할 유인이 없다.
한국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현대글로비스, HMM 등 국내 주요 해운사들은 중동 항로를 운영하며, 국내 수출 기업들의 물류망은 이 해협에 직접 연결돼 있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과 수출 물류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비제이 같은 선원들이 겪는 문제는 물류 통계 어디에도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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