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이 미국 스포츠 베팅 판도를 바꾸고 있다
예측시장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스포츠 베팅 금지 주에서도 합법적으로 베팅이 가능해졌다. 이 변화가 미국 사회에 미칠 파급효과는?
18억 달러. 올해 슈퍼볼에 걸린 베팅 금액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스포츠 베팅이 불법인 주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스포츠 베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18~49세 남성의 절반이 온라인 스포츠 베팅 계정을 보유하고 있고, NFL 경기 중계에서는 맥주 광고보다 베팅 업체 광고가 더 많이 나온다. 그런데도 여전히 18개 주에서는 온라인 스포츠 베팅이 금지돼 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같은 대형 주들도 포함해서 말이다.
예측시장이라는 새로운 우회로
그런데 지난 1년간 미국인들은 어디서든 사실상 스포츠에 베팅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예측시장'이라는 우회로를 통해서다.
칼시(Kalshi)나 폴리마켓(Polymarket) 같은 플랫폼은 자신들이 도박이 아닌 금융상품이라고 주장한다. 북메이커가 정한 배당률에 베팅하는 게 아니라, 특정 사건의 결과에 따라 지급되는 계약을 거래한다는 것이다. 시애틀이 이길지 패트리어츠가 이길지 베팅하는 사람에게는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이 미묘한 차이가 스포츠 베팅 금지 지역에서도 합법적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미국 최대 예측시장 중 하나인 칼시는 2025년 슈퍼볼 2주 전에 스포츠 베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슈퍼볼에만 이미 1억 6,700만 달러 이상이 걸렸고, 이 금액은 10억 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도박 업계 분석가 더스틴 고커는 전망했다.
기존 스포츠 베팅 업체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부터 팬듀얼, 드래프트킹스, 파나틱스, 프라이즈픽스, 언더독 등이 모두 자체 예측시장 서비스를 출시했다.
모든 것을 금융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예측시장은 스포츠를 넘어선다. 칼시 CEO 타렉 만수르가 지난 10월 밝힌 목표는 "모든 것을 금융화하는 것"이다. 사실상 모든 사건의 결과에 베팅할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에 돈을 거는 순간, 그 집단지성이 미래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CNN과 CNBC는 최근 칼시와 파트너십을 맺어 뉴스 보도에 예측시장 결과를 활용하기로 했고,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폴리마켓의 예측 결과가 생중계 내내 화면에 표시됐다.
실상은 스포츠 베팅이 90%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칼시에서 스포츠가 전체 거래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12월 중순부터 1월 중순까지 대학농구 베팅만으로도 스포츠 외 모든 분야를 합친 것보다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같은 기간 스포츠 외 최대 시장이었던 '트럼프의 연준 의장 지명' 베팅도 이탈리아 축구 베팅보다 거래량이 적었다.
칼시 대변인 잭 서치는 "NFL 시즌에는 스포츠에 치우치고, 2024년 선거 시즌에는 정치에 치우쳤다"며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지만, 스포츠 베팅 서비스 출시 이후의 변화는 명확하다.
"현재 미국에서 예측시장의 실질적 용도는 스포츠 베팅의 확장으로 보인다"고 고커는 분석했다. "다른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규제 당국과 주정부의 엇갈린 반응
이런 우회적 스포츠 베팅 확장은 논란을 낳고 있다. 여러 주정부가 칼시를 상대로 무허가 스포츠 베팅 플랫폼 운영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세수 손실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예측시장을 규제하는 연방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새 위원장 마이클 셀리그는 지난달 예측시장 산업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당분간은 예측시장을 통한 스포츠 베팅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확산이 가져올 부작용이다. 연구에 따르면 열성적인 스포츠 베터들은 가계 저축 고갈, 파산 선고, 심지어 가정폭력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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