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가 30년간 제공한 세계 정보를 갑자기 중단한 이유
CIA 월드 팩트북 서비스 중단이 보여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 전쟁'. 정부 데이터 접근 차단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1997년부터 27년간 전 세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CIA 월드 팩트북이 어제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사이트가 종료되었습니다"라는 짧은 공지만 남긴 채,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월드 팩트북은 전 세계 195개국의 인구, 경제, 정치, 지리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온라인 백과사전이었다. 학생들의 과제 자료로, 기업들의 해외 진출 참고서로, 일반인들의 호기심 해결책으로 널리 활용됐다. 특히 정보의 신뢰성이 높아 학술 자료로도 인정받았던 몇 안 되는 정부 웹사이트 중 하나였다.
존 래트클리프의 '핵심 업무' 기준
CIA 국장 존 래트클리프는 취임 후 "기관의 핵심 임무를 발전시키지 않는 프로그램들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월드 팩트북 폐쇄가 이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정부 역할에 대한 매우 협소한 관점을 보여준다. 월드 팩트북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미국의 소프트파워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음지에서 활동하는 정보기관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역할을 했다. 운영비용도 CIA 전체 예산에 비해 미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월드 팩트북의 마지막 버전은 인터넷 아카이브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CIA는 폐쇄 공지에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말고 직접 또는 가상으로 탐험할 방법을 찾으시길 바란다"며 "이제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보 전쟁'
월드 팩트북 폐쇄는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광범위한 '정보 전쟁'의 일부다. 이는 대통령과 백악관이 거짓말을 일삼는 '진실에 대한 전쟁'과는 다른 차원이다. 정보 자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해 미국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 사실적 기반을 침식하는 것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첫 달에만 Data.gov에서 3,400개 데이터셋이 삭제됐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인구조사국, 기타 정부 부처의 데이터가 웹사이트에서 사라지거나 해당 웹페이지 자체가 제거됐다.
미시간대학교 법학과 교수 사무엘 바겐스토스와 엘렌 카츠는 최근 논문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법 집행, 교육, 연방 계약, 공중보건, 환경 정의, 사회 연구 분야의 인종, 민족, 성별 기반 데이터 수집 및 보고 의무를 폐기했다"고 지적했다.
일상을 위협하는 데이터 삭제
이런 변화는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연방 데이터 수집의 변화는 사람들의 삶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NOTUS가 이번 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데이터 삭제로 인해 오피오이드 약물에 대한 정보 전파가 어려워지고, 굶주린 미국인들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미국 학교들을 평가하고, 물가 변동을 파악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지난 4월CDC의 임신 위험 평가 모니터링 시스템 직원 전체가 행정휴직에 들어간 후, 수개월간 모성 사망률 데이터가 수집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작년 여름 해임한 노동통계국 국장 이후, 가을 정부 셧다운으로 인해 10월 월간 고용 데이터가 발표되지 않았다. 77년 만에 실업률이 발표되지 않은 첫 사례였다.
진실 전쟁보다 위험한 정보 전쟁
정보 전쟁은 진실 전쟁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사람들이 행정부의 말과 명백히 모순되는 증거를 볼 수 있을 때는 공무원들을 불신하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퀴니피악 여론조사에서는 알렉스 프레티의 총격이 정당했다고 믿는 사람이 22%에 불과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유권자들이 정확하고 공유된 정보에 접근해 정부의 주장을 평가할 수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훼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기반이다.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 상원의원은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자신만의 사실을 가질 권리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는 누구든지 어떤 사실에라도 접근할 권리가 있는지조차 불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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