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백신이 치매를 막는다고? 노화 방지 효과까지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위험을 20% 줄이고 생물학적 노화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한국 접종률은 여전히 낮다. 이 놀라운 발견의 의미는?
30%. 현재 미국에서 대상포진 백신을 맞는 50세 이상 성인의 비율이다. 하지만 이 백신이 단순히 대상포진만 막는 게 아니라 치매 위험을 20% 줄이고 생물학적 노화까지 늦춘다면 어떨까?
약국 선반에 놓인 대상포진 백신이 사실상 '젊음의 묘약'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연히 발견된 놀라운 효과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수두를 앓았던 사람에게 나타나는 질병이다. 수두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활성화되어 극심한 통증과 발진을 일으킨다. 일부는 평생 신경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2006년 첫 대상포진 백신이 출시됐을 때만 해도 목표는 단순했다. 대상포진 발생률을 60% 줄이고, 장기간 이어지는 신경통 위험을 3분의 2 감소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발표된 연구들은 이 백신의 숨겨진 능력을 보여줬다. 스탠포드 대학의 파스칼 겔드세처 교수팀은 웨일스의 독특한 상황을 활용했다. 2013년 웨일스는 1933년 9월 2일 이전 출생자는 대상포진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했다. 단 몇 주 차이로 백신을 맞은 그룹과 맞지 않은 그룹이 나뉜 것이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치매 발병률이 20% 낮았다. 호주와 캐나다에서 진행된 비슷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분자 수준에서 확인된 노화 방지 효과
최근에는 실험실 데이터까지 나왔다. 미국 정부가 수집한 혈액 샘플 분석 결과,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들에게서 생물학적 노화가 느려지고 염증 수치가 낮아지며 세포 손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염증이 시간이 지나면서 몸을 서서히 손상시켜 각종 만성질환을 일으킨다는 최신 의학 이론과도 일치하는 결과다. 흥미롭게도 치매와 직접 연관된 바이오마커는 변화가 없었지만, 연구진은 전신 염증 감소가 뇌 건강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해석했다.
2018년 출시된 2세대 백신 싱그릭스는 더욱 뛰어나다. 임상시험에서 90% 이상의 대상포진 예방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 백신의 노화 방지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연구비 부족이라는 현실의 벽
겔드세처 교수는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싱그릭스의 치매 예방 효과를 확인하고 싶지만 연구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상업적 관심이 거의 없어서 전혀 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대상포진 백신은 원래 말라리아 백신 개발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이었다. 제약회사와 정부, 자선단체의 투자가 예상치 못한 성과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지금은 백신 연구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부 장관에 취임하면서 백신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제약회사들도 수년째 백신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대상포진 백신 접종률은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미국보다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2017년조스타박스, 2018년싱그릭스가 허가됐지만 국가예방접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접종비용이 15만~25만원으로 부담스러운 것도 접종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다.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치매 환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고, 매년 10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대상포진도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상포진 환자는 2019년26만 명에서 2023년30만 명으로 늘었다. 특히 30~40대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젊은 층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작
대상포진 백신 연구는 예방접종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 지금까지 백신은 특정 질병을 막는 도구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전반적인 건강 증진과 노화 방지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진들은 젊은 층에게도 접종을 확대해야 하는지 검토 중이다. 30~40대에서도 대상포진이 늘고 있고, 백신의 노화 방지 효과가 수년간 지속된다면 장기적 이익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백신 회의론이 확산되면서 독감이나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도 떨어지고 있다. 노인층에서조차 예방접종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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