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파시스트인가? 미국 정치학자의 변심
트럼프 2기 행정부 1년, 그를 '파시스트'라고 부르기를 거부했던 정치학자가 마침내 입장을 바꾼 이유와 그 의미를 분석한다.
오랫동안 도널드 트럼프를 '파시스트'라고 부르기를 거부했던 한 정치학자가 마침내 입장을 바꿨다. 그가 제시한 근거는 20가지에 달한다.
조나단 라우치는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지식의 헌법』의 저자로, 그동안 트럼프에 대해 '권위주의자', '가산주의자'라는 표현을 써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1년을 지켜본 그는 최근 The Atlantic에 기고한 글에서 "더 이상 F-word(파시스트)를 피할 이유가 없다"고 선언했다.
학자가 마음을 바꾼 이유
라우치가 그동안 '파시스트' 표현을 피했던 이유는 명확했다. 고전적 파시즘의 모든 요소가 트럼프에게서 나타나지 않았고, 이 용어가 남용되어 의미가 퇴색됐으며, 학자들조차 파시즘의 정의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보는 달랐다. 라우치는 "원래 정부를 개인적 놀이터로 만들려던 시도가 이제는 뚜렷하게 교리적이고 운영상의 파시즘으로 흘러갔다"고 진단했다.
그가 제시한 파시즘의 징후들을 살펴보면:
규범의 파괴: 2015년부터 트럼프는 의도적으로 모든 예의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전쟁 영웅 경력을 조롱하고, 여성 후보의 외모를 비하하며, 이민자들을 중상모략했다. 이는 파시스트 통치 스타일의 특징으로, 자유주의적 가치인 이성과 합리성, 예의와 시민정신을 의도적으로 짓밟는 것이다.
폭력의 찬미: 모든 국가가 법 집행을 위해 폭력을 사용하지만, 자유주의 국가는 이를 마지못해 사용하는 반면 파시즘은 이를 포용하고 과시한다. 트럼프는 폭력적인 군중을 칭찬하고, 고문을 지지하며, 시위대와 기자들을 때리고 총으로 쏘는 것에 대해 호의적으로 말한다.
힘이 곧 정의: 조지 오웰이 말한 '불리 숭배'의 원리다. 스티븐 밀러 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힘에 의해, 무력에 의해, 권력에 의해 지배되는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 이것들은 태초부터 존재해온 세계의 철칙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위험한 변화: 사법부 정치화
라우치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연방 수사기관의 정치적 이용이다. 트럼프는 전직 관리들을 조사하라고 법무부에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명령했고, 제임스 코미와 레티샤 제임스에 대한 명백한 보복성 기소를 진행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470명 이상의 개인, 조직, 기관이 보복의 표적이 됐다. 하루 평균 한 명 이상꼴이다.
ICE의 준군사조직화도 주목할 점이다. 트럼프는 2025년 ICE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렸고, 현재 그 예산은 다른 모든 연방 수사기관 예산을 합친 것보다 크다. 15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군사 예산보다도 크다.
21세기 미국식 파시즘의 특징
라우치는 트럼프가 무솔리니나 히틀러의 복사판이 아니라고 인정한다. 대신 "21세기 미국 파시즘이 어떤 모습인지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특징들:
- 혈통과 토양의 민족주의: 출생지 시민권을 거부하고, JD 밴스 부통령이 말한 "21세기 미국 시민권의 의미 재정의" - 즉 "남북전쟁에서 싸운 조상을 둔 사람들"에게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
- 백인 기독교 민족주의: 명시적인 인종 위계 이데올로기는 아니지만, 더 하얗고 기독교적인 미국을 갈망한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냄
- 정치를 전쟁으로 인식: 칼 슈미트의 정치 이론을 따라 정치를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적들 간의 전쟁 상태로 봄
그럼에도 미국은 파시스트 국가가 아니다
라우치는 중요한 구분을 한다. 트럼프가 파시스트 대통령이라고 해서 미국이 파시스트 국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법원, 주 정부, 언론은 여전히 그로부터 독립적이며, 그들을 위협하려는 그의 노력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는 11월 의회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 그는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했고, 그의 연합은 균열이 일고 있으며, 대통령이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도구들을 소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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