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의 당혹감, 미국 탈퇴가 던진 글로벌 보건의 딜레마
미국의 WHO 탈퇴 결정에 대한 WHO의 유감 표명.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와 국제 협력의 미래가 흔들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미국의 탈퇴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 한 마디 뒤에는 글로벌 보건 시스템의 근본적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예고된 이별의 충격
WHO는 25일 성명을 통해 미국의 탈퇴 결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외교적 표현 속에는 조직 운영에 대한 현실적 우려가 담겨 있다. 미국은 WHO 예산의 약 16%를 부담하는 최대 기여국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2020년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둘러싼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미국은 WHO의 중국 편향적 대응과 투명성 부족을 강하게 비판했고, 이제 그 비판이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탈퇴 과정 자체다. 미국의 WHO 탈퇴는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야 하며, 그 동안 미국은 여전히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 신중히 계산된 압박 전술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숫자로 보는 파급효과
미국의 공백이 만드는 구멍은 생각보다 크다. WHO의 연간 예산 60억 달러 중 미국 기여분은 약 1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단순히 돈의 문제를 넘어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WHO 간의 기술적 협력, 글로벌 질병 감시 네트워크에서의 미국 역할, 그리고 미국 제약회사들과의 백신 개발 파트너십까지 고려하면 실질적 영향력은 예산 비중을 훨씬 초과한다.
한국 입장에서도 변수가 생겼다. 한국은 WHO 서태평양 지역 사무소의 주요 파트너국으로, 미국과의 삼각 협력을 통해 북한 보건 지원, 아시아 질병 대응 등에서 시너지를 만들어왔다. 미국의 빈자리는 이런 협력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재편되는 글로벌 보건 지형
미국의 탈퇴는 다른 국가들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미 WHO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유럽연합 역시 글로벌 보건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빌 게이츠 재단과 같은 민간 기구들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미 이들은 WHO 예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공백을 일정 부분 메울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남는다. 글로벌 보건 위기는 국경을 모르는데, 대응 체계는 국가 단위로 분절되어 있다는 모순이다. 미국의 탈퇴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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