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블록체인 개발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이유
미국 의회가 블록체인 개발자 보호법을 발의했다. 오픈소스 코드 작성이 돈세탁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이 미국 기술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에서 코드를 짜는 것이 범죄가 될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지난 목요일, 미국 의회가 발의한 '블록체인 개발 혁신 촉진법'은 이런 황당한 현실에서 출발했다. 선의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들이 돈세탁 관련 법률인 Section 1960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코드 작성이 범죄가 되는 나라
문제의 핵심은 법률과 기술 현실 간의 괴리다. 1960년대 돈세탁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 2020년대 블록체인 개발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오픈소스 개발자가 작성한 코드가 나중에 누군가에 의해 불법적으로 사용된다면, 개발자 본인도 공범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솔라나 생태계가 보여주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렉트릭 캐피털 개발자 보고서에 따르면, 솔라나는 2024년 신규 개발자 유입에서 84% 성장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빠르고 저렴하며 개방적인 인프라가 인재를 끌어들인 결과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까? 법적 불확실성은 이미 미국 내 개발자들 사이에서 '규제 회피'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글로벌 인재 전쟁의 새로운 전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이전 세대의 건설업자들과 다르다. 그들은 전 세계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규제 환경에 따라 거주지를 선택한다. 싱가포르, 스위스, 에스토니아 같은 국가들이 명확한 디지털 자산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며 "여기서 개발하세요"라는 신호를 보내는 동안, 미국은 여전히 "조심하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블록체인 개발자들 상당수가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아예 해외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비트나 두나무 같은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확장을 위해서는 결국 해외 개발 인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프라 전쟁의 진짜 의미
이번 법안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개발자 보호를 넘어선다.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의 문제다. 19세기 철도, 20세기 통신망, 21세기 인터넷에 이어, 이제는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새로운 인프라가 되고 있다.
SEC 위원장 폴 앳킨스의 최근 행보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기존의 '단속 위주' 접근법에서 '규제 명확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하지만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글로벌 개발자 커뮤니티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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