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애폴리스의 시민 불복종, 저항을 넘어선 새로운 운동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이 보여준 ICE 반대 행동은 단순한 정치적 저항이 아닌 '인간적 정상성'을 지키려는 시민 불복종의 새로운 형태다.
2025년 겨울, 미니애폴리스의 시민들이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이민단속청(ICE) 요원들의 행동을 촬영하고, 이웃을 보호하며, 때로는 자신의 몸으로 단속을 막아섰다. 이들의 행동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정치적 저항? 시위? 아니면 완전히 다른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의 역할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와 직결된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단순한 정치적 대립을 넘어선, 더 근본적인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정치 이전'의 인간적 반응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의 행동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어는 '시민 불복종'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정치적 저항과는 다르다. 이들은 특정 정책에 반대하거나 정권 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웃이 공포에 떨며 숨어 지내는 것, 무장한 요원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 아이들이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고 여길 뿐이다.
체코의 극작가이자 정치가였던 바츨라프 하벨은 이런 상황을 '정치 이전적(pre-political)'이라고 불렀다. 정치적 이념이나 당파성 이전에,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 조건들을 지키려는 본능적 반응이라는 뜻이다.
하벨이 주목했던 것은 체코의 록 밴드 '플라스틱 피플 오브 더 유니버스'였다. 이들은 프랭크 자파 스타일의 사이키델릭 음악을 연주했을 뿐인데, 공산 정권에 의해 체포되고 재판에 넘겨졌다. 그들의 노래는 대부분 맥주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전복적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무해함' 때문에 사람들은 무엇이 억압당하고 있는지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저항과 불복종의 차이
미니애폴리스의 움직임을 트럼프 1기 때의 '저항 운동'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더 명확해진다. 당시의 대규모 시위들은 주로 트럼프의 민주주의 위협이나 법치주의 파괴를 문제 삼았다. 이는 분명 중요한 이슈였지만, 이미 정치적 입장이 정해진 사람들에게만 호소력을 가졌다.
반면 미니애폴리스의 시민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다르다. 부모가 자녀에게서 강제로 분리되지 않을 권리, 피부색 때문에 집에 숨어 지내지 않을 권리, 경찰과의 상호작용을 촬영했다고 목숨을 잃지 않을 권리. 이런 것들은 민주당원이든 공화당원이든 관계없이 모든 인간이 당연히 누려야 할 조건들이다.
이것이 시민 불복종이 가진 힘이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더 많은 사람들의 도덕적 직관에 호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 속 불복종의 교훈
1970년대 후반 아르헨티나의 군사정권 시절, 자녀들이 한밤중에 납치당한 어머니들이 있었다. 가장 안전한 선택은 조용히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어머니들은 매주 대통령궁 앞에 서서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다.
19세기 미국의 지하철도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여관 주인들, 교회 집사들, 농부들, 주부들이 도망친 노예들을 숨겨주며 연방법 위반의 위험을 감수했다. 이들에게 노예제는 단순히 '비정상적인' 것이었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방해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1989년 천안문 광장 앞에서 탱크 앞에 선 그 남성을 기억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그를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본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장보기 가방을 든 채 집으로 향하던 평범한 시민이었을지도 모른다. 탱크들이 그의 일상적 경로를 막았을 뿐이다. 그는 길을 비켜주기를 거부했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
미니애폴리스의 사례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언제 '정상'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는가? 어떤 순간에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직관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가?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논쟁이 이미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프레임 안에서 이뤄졌다. 진보 대 보수, 기성세대 대 젊은 세대의 구도로 단순화되면서, 정작 우리가 공유하는 기본적 가치들은 가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미니애폴리스의 시민들이 보여준 것은 다른 접근법이다. 정치적 점수를 매기거나 차이를 부각시키는 대신, 우리 모두가 잃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그 손실을 막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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