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는 베이징을 선택했는가
베트남 최고지도자 또 럼이 취임 직후 중국을 첫 방문지로 택했다. 고속철 시찰, 공동성명, 협력 협정—이 4일간의 여정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대통령에 취임한 지 일주일. 또 럼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워싱턴도, 도쿄도, 브뤼셀도 아닌 베이징이었다.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이자 국가주석인 또 럼은 4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이는 그가 지난주 국가주석직을 추가로 맡아 당과 국가 권력을 단일 지도자 아래 통합한 직후 이루어진 첫 해외 일정이다. 베트남 현대 정치사에서 '4개의 기둥'—당 총서기,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이 각각 다른 인물에게 분산되어 있던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린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구조는 당과 국가 수반직을 겸하는 시진핑의 중국 모델과 닮아 있다.
베이징에서 무슨 말이 오갔나
4월 16일, 또 럼과 시진핑의 정상회담에서 두 지도자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구체적인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시진핑은 두 나라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공동으로 맞서고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그는 또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신흥 분야에서의 협력을 촉구했고, 두 나라의 공통된 사회주의 체제를 강조하며 "공산당 집권의 지속이 양당 간 가장 큰 공동 전략 이익"이라고 규정했다.
또 럼의 답변도 명확했다. 그는 베트남이 중국과의 관계 발전을 "객관적 요건이자 전략적 선택이며 최우선 과제"로 본다고 밝혔다. 양측이 발표한 공동성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공통된 열망과 발전 경로를 공유하는 베트남과 중국이 양자 관계를 전략적 선택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다. 당 간 교류, 치안·법 집행, 관광, 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의 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남중국해의 미해결 해양 영토 분쟁에 대해서는 "이견을 관리하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한다"는 원론적 표현으로 봉합했다.
고속철, 외교의 새로운 언어
이번 방문에서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회의실이 아니라 기차 안에서 나왔다. 또 럼은 방문 첫날 베이징에서 허베이성 슝안신구까지 고속철을 직접 탑승했고, 마지막 날에는 베이징에서 광시좡족자치구 수도 난닝까지 약 2,400킬로미터를 열차로 이동했다. 그는 이 여정에서 "이 여행은 정말 특별하다"고 말했고, "세계에서 해발 4,000미터 고도에서 운행할 수 있는 철도를 보유한 나라는 거의 없다"며 중국의 기술력을 직접 언급했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었다. 베트남은 현재 대규모 고속철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노이와 호치민시를 잇는 1,541킬로미터 노선은 670억 달러(약 93조 원)의 사업비로 2024년 11월 국회 승인을 받았고, 올해 착공해 2035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라오까이-하노이-하이퐁을 연결하는 391킬로미터 노선도 2025년 2월 승인됐다. 4월 12일에는 베트남 대기업 빈그룹 계열사 빈스피드가 하노이-하이퐁-할롱베이를 잇는 120킬로미터 노선 착공식을 열었다. 사업비는 55억 8,000만 달러(약 7조 7,000억 원), 목표 완공 시점은 2028년이다.
또 럼은 중국 철도 당국과 기업들에 "전문 지식 공유, 기술 이전 지원, 주요 철도 사업 참여"를 직접 요청했다. 이번 협정 서명식에서는 철도 훈련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됐다. 중국 기업이 베트남 고속철 건설에 실질적으로 참여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방향성은 분명해졌다.
죽마고우와 숙적 사이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두 나라는 같은 공산당 집권 국가이고, 역사적·이념적 유대를 공유한다. 그러나 동시에 남중국해에서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으며, 1979년에는 실제로 전쟁을 치렀다. 베트남 국민의 대중 감정은 복잡하다.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뿌리 깊고, 어업 분쟁과 해상 충돌은 지금도 간헐적으로 발생한다.
베트남 외교의 핵심 원칙은 '대나무 외교(bamboo diplomacy)'다. 뿌리는 깊게 내리되, 바람에 유연하게 휘는 대나무처럼 어떤 강대국에도 완전히 종속되지 않으면서 실리를 취한다는 전략이다. 베트남은 미국, 일본, 한국, 유럽연합 등과도 폭넓은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미국의 관세 정책 속에서 중국을 대체하는 제조 허브로 부상해왔다.
그런데 지금, 타이밍이 묘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트남산 제품에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가 90일 유예를 선언했다. 미국의 변덕스러운 통상 정책이 베트남을 중국 쪽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진핑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자"고 말할 때, 그 말은 베트남에 분명히 닿았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에게도 이 흐름은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을 스마트폰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LG, 현대 등도 현지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베트남의 대외 정책 방향이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구조다. 베트남이 중국과의 기술·인프라 협력을 심화할수록,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새로운 변수를 계산에 넣어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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