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승리병'이 미국을 어디로 이끌고 있나
이란 전쟁에서 군사적 성과에 도취된 트럼프 행정부. 전략 없는 전술적 승리가 가져올 위험을 역사적 사례로 분석한다.
군사적 성공이 때로는 가장 위험한 함정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그렇다.
전술은 완벽, 전략은 부재
현재 진행 중인 이란 전쟁에서 미군의 작전 수행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군과 이스라엘군은 이란 상공과 주변 해역을 거의 완전히 장악했고, 원하는 목표물을 거의 무제한으로 파괴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뛰어난 전술적 성과가 명확한 전략적 목표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시작 후 6일 동안 10가지의 서로 다른 전쟁 명분을 제시했다. '임박한 위협'에서 시작해 핵무기, 선거 개입, 세계 평화, 심지어 '하나님의 뜻'까지. 이처럼 목표가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아무리 뛰어난 군사 작전도 전략적 공허함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성과가 마음에 드느냐?"라고 반복해서 묻는다. 군사 작전의 성공에 도취되어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작전의 화려함이 전략의 부재를 가릴 수는 없다.
역사가 반복하는 '승리병'의 패턴
이런 현상에는 이름이 있다. 바로 '승리병(Victory Disease)'이다. 전투에서의 승리가 지도자들로 하여금 더 많은 전투를 추구하게 만들고, 그 승리들이 더 큰 전쟁이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현상이다.
역사는 이런 사례들로 가득하다. 페르시아 황제 크세르크세스는 연이은 승리에 도취되어 그리스 원정을 감행했다가 살라미스 해전에서 참패했다. 나폴레옹은 유럽 각국을 상대로 한 화려한 승리들에 취해 러시아 원정을 단행했다가 모스크바의 눈밭에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전쟁에서 북한군을 압록강까지 밀어붙였다가 중국군의 개입으로 큰 타격을 입었고, 베트남에서는 수많은 전술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패배를 맛봤다. 조지 W. 부시는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치르며 같은 함정에 빠졌다.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지만...
트럼프는 이제 이란의 '무조건 항복'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승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려면 이란을 점령하고 통치해야 하는데, 그럴 준비는 되어 있는가? 이란 국민들이 누구에게 항복해야 하는가? 미군 점령군인가, 아니면 이란 내 반군 세력인가?
더 심각한 것은 트럼프가 벌써 쿠바 정권 전복까지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에서의 전쟁이 아직 진행 중인데도 말이다. 승리병이 확산되고 있는 징후다.
완벽한 군대, 불완전한 전략
아이러니하게도, 미군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이런 전략적 무질서가 가능하다. 만약 자원이나 군사적 제약이 있었다면, 트럼프는 명확한 전쟁 목표를 선택하고 그것을 고수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군사력 앞에서 그는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한다.
미군 조종사들과 작전 계획가들은 주어진 임무를 용기와 전문성으로 수행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임무들이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도록 만들 수는 없다. 그것은 정치적 지혜와 전략적 규율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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