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정책, 대법원이 '위법' 판결한 이유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의 전 세계 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결. 1300억 달러 환급 논란과 함께 대통령 권한의 한계를 재정의했다.
1300억 달러. 지난 두 달간 트럼프 행정부가 긴급 권한을 내세워 거둬들인 관세 수입이다. 하지만 어제(현지시간 20일) 미국 대법원은 6대 3으로 이 모든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본 트럼프의 '월권'
판결문을 작성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명확했다. "1977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은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
트럼프는 지난해 말 취임 직후 여섯 가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975년부터 지속된 미국의 무역적자, 펜타닐 유입 등을 근거로 거의 모든 국가에 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는 펜타닐 대응을 명목으로 추가 관세를 매겼다.
하지만 대법원은 IEEPA가 "자산 동결이나 거래 차단 같은 특정 비상사태 대응"을 위한 법이지, "광범위한 무역 정책 전면 개편"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고 봤다. 매사추세츠대 크리스 에델슨 교수는 "의회가 의도한 권한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보수 대법관들도 갈렸다
흥미롭게도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닐 고서치와 에이미 코니 배럿은 다수 의견에 동참했지만,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알리토, 브렛 캐버노는 반대했다.
캐버노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대통령이 다른 법적 근거로 같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여전히 트럼프 편을 들었다. 실제로 1962년 통상확장법 232조(국가안보 근거)나 1974년 통상법 301조(불공정 무역관행 대응) 같은 다른 법률 활용이 가능하다.
1300억 달러 환급 논란
이제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마이클 피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징수된 1300억 달러 이상의 관세를 환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장기간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미국 국제무역법원으로 되돌려 보내 환급 절차를 감독하도록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환급 방식과 범위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관세를 낸 기업들은 당연히 돈을 돌려받고 싶어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쓴 예산을 어떻게 메울지 고민이다.
한국 기업들에게 의미하는 바
이번 판결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법원이 대통령의 일방적 관세 부과에 제동을 걸면서, 향후 삼성전자, 현대차, LG 같은 한국 대기업들이 갑작스러운 관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는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더 엄격한 법적 검토와 의회 견제를 받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이번 기회에 한미 무역 관계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판결 직후 "대통령이 무역을 파괴할 수도, 나라를 파괴할 수도 있는데 1달러도 부과할 수 없다니 말이 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헌법 전문가 브루스 파인은 "대통령이 무제한적인 일방적 권한을 갖지 않는다는 명확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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