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트럼프 관세에 '위헌' 판결한 진짜 이유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관세를 6-3으로 위헌 판결. 의회만이 세금 부과 권한 보유. 글로벌 무역질서와 한국 기업에 미칠 파장은?
6-3. 미국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내린 판결 결과다. 보수 성향 판사 3명까지 가세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는 것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정치적 대립을 넘어선다는 의미다.
200년 헌법 원칙 vs 행정부 권한
대법원은 트럼프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nternational Economic Emergency Powers Act)에 근거해 부과한 관세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작성한 다수 의견서의 핵심은 명확했다. "의회만이 세금을 부과할 권한을 갖는다."
이는 미국 헌법 제1조 8절에 명시된 200년 넘은 원칙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비상상황'을 근거로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당시 부과한 관세들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법이 애초에 금융 제재나 자산 동결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관세 부과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셈이다.
보수 판사들도 고개를 젓다
흥미로운 것은 보수 성향 판사 3명이 트럼프와 다른 길을 택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왜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을까?
첫째, 권력 분립 원칙이다. 보수 판사들도 행정부가 의회 권한을 침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둘째, 선례의 중요성이다. 만약 대통령이 '비상상황'만 선포하면 언제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면, 의회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반대 의견을 낸 3명의 판사들은 "국가 안보 상황에서는 대통령의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수 의견은 "그렇다면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면 된다"고 반박했다.
한국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
이번 판결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트럼프가 재임 중 한국산 철강에도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판결 이후 관세 정책은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관세 부과가 더 어려워지는 대신, 한 번 부과되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의회 법안은 대통령령보다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기술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반도체나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무역전쟁의 새로운 룰
이번 판결로 미국의 무역 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앞으로 관세 부과는 의회의 몫이 되었다. 이는 더 예측 가능한 무역 환경을 만들 수도 있지만, 동시에 더 경직된 정책을 낳을 위험도 있다.
의회는 대통령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철강 산업이 몰려 있는 주 출신 의원들은 보호무역을 선호할 것이고, 수출 기업이 많은 주 의원들은 자유무역을 지지할 것이다. 이런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관세 정책에 반영되면서, 오히려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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