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 — 당신의 기름값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해상 봉쇄를 공식 선언했다. 전 세계 원유 수송의 20%가 지나는 이 길목이 닫히면, 한국 경제와 당신의 지갑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20%가 지나는 길목이 오늘부터 공식적으로 닫혔다.
이란 대통령은 2026년 4월 13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해상 봉쇄가 공식 발효됐음을 확인했다. 폭 불과 33km의 이 해협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이라크산 원유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빠져나가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다. 하루 평균 1,700만 배럴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왜 지금인가 — 봉쇄의 배경
이번 봉쇄는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니다. 수개월에 걸친 긴장 고조의 결과다. 이란은 미국의 강화된 대이란 제재와 핵 협상 결렬, 그리고 역내 군사적 압박에 대한 대응 카드로 호르무즈 봉쇄를 오랫동안 위협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과거 2012년, 2019년에도 유사한 위협이 있었지만 실제 봉쇄 선언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 입장에서 봉쇄는 군사적 충돌 없이 서방과 주변국에 최대의 경제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이 카드에는 양날이 있다. 이란 자신의 수출 통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 어디까지 흔들리나
한국은 이 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국 중 하나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며, 그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국제유가는 봉쇄 발표 직후 장중 배럴당 30달러 이상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고, 브렌트유는 12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이것이 당신의 지갑에 닿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통상 국제유가 변동 후 2~3주 안에 반영된다.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리터당 200~300원 추가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제철, 롯데케미칼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은 원가 압박이 즉각적으로 커진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등 항공사는 유류 할증료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도 무관하지 않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화학원료 다수가 석유화학 기반이기 때문이다. 전력비 상승은 전반적인 제조 원가를 끌어올린다.
승자와 패자
모든 위기에는 수혜자가 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단기적으로 재고 평가이익을 누린다. 이미 비축해둔 원유의 장부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한 전략비축유는 약 97일치 수준으로, 단기 충격 완충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와 원자력 관련 기업들도 에너지 다변화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반면 운송업, 항공업, 석유화학, 플라스틱 가공업은 즉각적인 비용 상승 압박에 노출된다. 소비자 물가 전반에 대한 2차 파급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 운신 폭도 좁아진다 —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오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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