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란 전쟁 준비, 협상용 블러핑인가 진짜인가
중동에 배치된 미군 전력과 4가지 공격 옵션. 트럼프가 이란과의 전쟁을 진짜 고려하고 있는 이유와 한국에 미칠 파장을 분석한다.
100여 대의 전투기가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가 카리브해를 떠나 이란 타격권으로 이동 중이다. 3척의 구축함과 2척의 유도미사일 잠수함이 합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한적 군사 공격을 고려하고 있다"고 직접 언급한 가운데, 미국이 이란과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1기 때때와 달리, 펜타곤의 전쟁 계획이 전쟁을 막는 도구가 아니라 실제 공격 옵션을 짜는 데 활용되고 있다.
협상 테이블 위의 군사력
흥미롭게도 이번 군사력 증강은 의도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들이 수십 대의 미군기가 중동으로 향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작년 여름 B-2 폭격기가 이란 영공을 침투했을 때는 "아무도 추적하지 못했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가시성 자체가 목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 중부사령관 브래드 쿠퍼 제독이 이달 초 오만에서 열린 미-이란 협상에 직접 참석했다. 군사적 근육 과시와 외교 실패 시 결과에 대한 경고 메시지였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조차 "대통령은 거래를 원하는 협상가"라며 온건한 톤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제럴드 포드호는 작년 6월부터 배치되어 항모 역사상 최장 배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렇게 오래 전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전직 국방부 관리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4가지 공격 시나리오
미 국방부 현직·전직 관리들이 공개한 공격 옵션은 4가지다.
첫째, 지도부 제거 작전. 트럼프는 작년 6월부터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쉬운 표적"이라고 언급해왔다. 지상군 투입 없이 정밀 유도폭탄으로 특정 인물을 타격하는 방식이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침실에서 체포한 특수부대 작전과는 다른 접근이다.
하지만 이란 지도부 제거는 가장 공격적인 이란의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권력을 잡아 더욱 적대적인 노선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이 이달 초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군 훈련을 실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이 지나는 이 해협을 봉쇄할 수 있다는 경고다.
둘째,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파괴. 트럼프가 12월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계속 제조하면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바로 그 목표다. 미사일 생산 네트워크, 저장 시설, 운송망을 타격하는 방식이다.
바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중동 전력 배치를 보면 미국이 IRGC 기지와 생산시설 같은 '소프트 타깃'을 장기간에 걸쳐 공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란은 핵 프로그램보다 미사일 프로그램 재건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어, 몇 달 내 재건이 가능하다.
셋째, 핵시설 공격. 트럼프가 가장 자주 언급한 옵션이다. "핵무기는 안 된다"며 "다음 공격은 훨씬 더 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년 6월 3곳의 이란 핵시설을 타격했던 작전의 재판이다.
지하 깊숙이 있는 핵시설 공격에는 GBU-57 '벙커버스터' 폭탄을 탑재한 B-2 폭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1년도 안 되어 두 번째 공격을 한다는 것은 첫 번째 공격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셈이다. 트럼프 자신이 작년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했던 것과도 모순이다.
넷째, 제한적 보복 공격. 가장 현실적인 옵션으로 보인다.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방공망과 군사시설을 제한적으로 타격하는 방식이다.
한국에 미칠 파장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되면 한국에도 직접적 영향이 예상된다. 우선 유가 급등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다.
한국의 대이란 교역도 영향을 받는다. 2023년 기준 한-이란 교역액은 15억 달러 규모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되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의 이란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이 크다.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미군의 한반도 전력 배치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북한이 이런 상황을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03년과는 다른 전쟁
하지만 이번 군사력 증강은 2003년 이라크 침공과는 다르다. 당시 미국은 5개 항모전단과 17만 명의 지상군을 투입했다. 지금은 대규모 지상군 투입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직 국방부 차관보 믹 멀로이는 "군사 행동만으로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며 "협상이나 정치적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의 이란 전쟁 위협이 진짜 전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낼지는 앞으로 며칠이 관건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동의 긴장 고조가 전 세계, 그리고 한국에도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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