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117조원 광물 비축, 청정에너지 시대 인정한 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117조원 규모의 핵심 광물 비축 계획을 발표. 화석연료를 선호하면서도 전기차·신재생에너지 수요 증가를 사실상 인정한 모순적 정책.
117조원.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주 발표한 핵심 광물 비축 계획의 규모다. 겉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모순이 숨어있다.
프로젝트 볼트의 진짜 의미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젝트 볼트'라고 명명한 이 계획을 통해 "미국 기업과 근로자들이 어떤 부족 사태로도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수출입은행이 100억 달러를 대출하고, 나머지는 민간 자본으로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중국은 미국의 관세 위협에 맞서 희토류 금속과 리튬 배터리 소재 수출을 제한했다. 결국 중국이 양보했지만, 누가 진짜 카드를 쥐고 있는지는 분명해졌다. 트럼프는 이번 비축 계획을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만들어진 전략석유비축과 비교하며 "석유 비축처럼 우리도 산업용 광물 비축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현재 전략석유비축에 저장된 석유 가치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글로벌 석유 시장의 1% 규모에 불과한 핵심 광물 시장에 쏟아붓는다는 것이다.
청정에너지를 싫어하는데 광물은 비축하는 역설
트럼프 행정부는 청정에너지 기술을 공공연히 비판해왔다. 화석연료에 베팅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핵심 광물에 이렇게 큰 돈을 투자하는 걸까?
답은 시장이 이미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신규 발전 용량의 대부분을 태양광과 풍력이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25% 이상이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희토류 수요 증가의 절반 이상이 전기차와 풍력 터빈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코발트와 리튬의 경우 전기차가 2050년까지 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에게도 이는 중요한 신호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같은 배터리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중국산 원료에 의존하던 공급망에는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은 정치보다 강하다
결국 이번 광물 비축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수사와 경제적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입으로는 화석연료를 외치지만, 손으로는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갈륨과 코발트가 비축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고, 구리와 니켈도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광물은 모두 전기차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제조에 핵심적인 소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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