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1000달러 지급, 경제 불평등 더 키운다?
트럼프 정부의 신생아 투자계좌 정책이 부유층에게 더 유리한 구조로 설계되어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1000달러로 '아메리칸 드림'을 되살릴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생아 투자계좌 정책을 두고 경제학자들이 정반대의 경고를 내놓고 있다.
1000달러에서 시작되는 꿈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 재임 기간 중 태어나는 모든 신생아에게 1000달러를 지급하는 '트럼프 계좌' 정책을 발표했다. 미 재무부가 저비용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이 돈은 세금 혜택을 받으며 불어나고, 아이가 18세가 되면 대학 등록금, 첫 주택 구입, 창업 등에 사용할 수 있다.
2500만 가구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정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 후 트럼프 계좌는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정책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가족, 친구, 고용주가 연간 최대 5000달러까지 추가 납입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18세가 되었을 때 원금만 그대로 둔 경우 1만5000달러가 되지만, 최대 납입한 경우 74만2000달러에 달한다. 55세까지 기다리면 그 격차는 24만3000달러 대 1300만 달러로 벌어진다.
부자들의 저축 게임
"이 정책은 애초에 자원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부의 불평등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뉴스쿨 인종·권력·정치경제연구소의 데이비드 래드클리프 정책국장이 경고했다.
현실을 보자. 미국 하위 50% 가구는 전체 부의 고작 2.5%만 보유하고 있다. 미국인 절반은 3개월치 생활비 정도의 저축밖에 없고, 4명 중 1명은 비상금이 아예 없다.
듀크대학교의 경제학자 윌리엄 대리티 교수는 "부유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많이 넣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재분배 정의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용주나 친구들의 기부까지 허용하는 구조는 부유층에게 더욱 유리하다. 부유한 지역 교회 신도들이 아이 계좌에 넣어줄 수 있는 돈과 저소득층 교회의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케이크나 먹으라'는 정책?
더 큰 문제는 이 정책의 재원이다. 트럼프 계좌에 들어갈 250억 달러는 작년 7월 통과된 '원 빅 뷰티풀 빌'을 통해 마련된다. 이 법안은 1조2000억 달러의 연방 지출을 삭감했는데, 주로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와 식품 지원 프로그램 SNAP에서 예산을 잘라냈다.
의회예산처 추산에 따르면 최하위 10% 계층은 향후 10년간 연간 1600달러씩 손해를 본다. 래드클리프는 "저소득 가구들이 이 트럼프 계좌의 재원을 대고 있는 셈"이라며 "'케이크나 먹으라'는 식의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브로드컴, 인텔, 델, 컴캐스트, 엔비디아, 우버 등 대기업들이 직원들을 위해 매칭 펀드를 약속하고 있지만, 이들이 향후 10년간 받을 1조1000억 달러의 세금 혜택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대안은 있다: '베이비 본드'
경제학자들은 대안을 제시한다. '베이비 본드'라고 불리는 이 정책은 정부만 자금을 대고, 저소득 가구 아이들에게 더 많이 지급하는 방식이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베이비 본드는 젊은 백인과 흑인 사이의 부의 격차를 91%나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코네티컷주는 2023년부터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는 신생아에게 3200달러씩 지급하는 베이비 본드를 시행하고 있고, 11개 주에서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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