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소, 로옴 인수로 전기차 반도체 패권 노린다
도요타 계열 덴소가 로옴 인수를 통해 8조원 규모 파워 반도체 시장 진출. 전기차 시대 핵심 부품 확보 경쟁 가속화
8조원.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가 교토의 반도체 기업 로옴에 제시한 인수 금액이다.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전기차 시대의 핵심 무기인 파워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왜 지금 로옴인가
덴소는 도요타 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그런데 왜 갑자기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려는 걸까? 답은 전기차에 있다.
로옴은 파워 반도체 분야의 강자다. 전기차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인버터, 배터리 관리 시스템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만든다. 전기차 한 대에는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10배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파워 반도체는 전력 변환과 제어를 담당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도요타는 전기차 전환에서 테슬라나 중국 업체들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인수는 그 격차를 줄이려는 반격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직계열화의 승부수
이번 딜이 성사되면 자동차 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완성차 업체가 반도체를 외부에서 조달했다면, 앞으로는 직접 생산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덴소-로옴 결합의 시너지는 명확하다. 덴소의 자동차 부품 노하우와 로옴의 반도체 기술이 만나면, 전기차에 최적화된 통합 솔루션이 가능하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전력 반도체 시장까지 겨냥할 수 있어 사업 영역이 크게 확장된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로옴은 지금까지 도요타 외에도 다양한 완성차 업체에 반도체를 공급해왔다. 인수 후에도 이런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 기업들의 고민
이 소식을 가장 예민하게 지켜보는 곳은 한국이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같은 배터리 업체들은 일본 기업들의 수직계열화가 자신들의 사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반도체를 일본 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공급망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최근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 별도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다. 파워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다른 영역이지만, 전기차 시장 확대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의 공격적 투자에 맞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부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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