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중동향 차량 4만대 감산... '호르무즈 봉쇄'의 실제 비용
이란-미국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토요타가 중동향 차량 생산을 4만대 줄인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실제 영향과 현대차에게 주는 시사점을 분석한다.
4만대. 토요타가 중동 시장을 위해 2개월간 줄일 차량 생산량이다. 이란과 미국의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숫자로 보는 충격파
토요타의 이번 감산 결정은 단순한 물류 문제가 아니다. 중동은 토요타에게 연간 50만대 규모의 핵심 시장이다. 특히 랜드크루저 같은 SUV는 중동 부유층의 필수품으로 통한다.
문제는 대체 운송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려면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가야 하는데, 이는 운송 기간을 3주 이상 늘리고 비용은 30% 이상 증가시킨다. 토요타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생산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험료 폭등, 운송비 급증
일본 해상보험사들은 이미 중동 항로 보험료를 2-3배 인상했다. 한 척당 수백만 달러 상당의 완성차를 실은 운반선이 분쟁 지역을 지날 때의 위험을 감안한 조치다.
혼다와 닛산 등 다른 일본 자동차 회사들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 매출이 전체의 10-15%를 차지하는데, 이를 포기할 수도 없고 손실을 감수하며 운송할 수도 없는 딜레마"라고 토로했다.
현대차에게는 기회인가, 위기인가
한국 자동차 업계는 복잡한 심정이다. 현대차와 기아도 중동에서 연간 30만대 이상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 업체들은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첫째, 현대차는 터키 공장에서 중동 시장용 차량을 일부 생산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다. 둘째, 한국 정부의 중동 외교가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중립적이어서 정치적 리스크가 낮다.
하지만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 글로벌 해운비 상승은 한국 업체에게도 부담이고, 중동 경제 자체가 위축되면 자동차 수요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공급망의 새로운 현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중요한 교훈을 준다. 코로나19 때는 반도체 부족이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운송로 차단'이라는 새로운 리스크가 부각됐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제 생산 효율성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안정성'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과 대만 갈등이 격화되면 아시아 해상 운송로도 위험해질 수 있다. 멕시코나 동유럽 등 '니어쇼어링' 생산기지 확대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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