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원전, 러시아 독점 연료에 발목 잡히다
HALEU 연료 공급망 독점, 안전 규제 완화 논란, 경제성 의문까지. 차세대 원전이 직면한 현실적 장벽들을 분석한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차세대 원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장밋빛 전망과는 거리가 멀다. 핵심 연료의 러시아 독점, 안전 규제 완화 논란, 여전히 높은 건설비용까지. 차세대 원전이 넘어야 할 산은 생각보다 높다.
러시아가 쥔 연료 공급망의 열쇠
차세대 원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연료다. 기존 원전과 달리 많은 차세대 원전은 HALEU(고농축 저농축 우라늄)라는 특수 연료를 사용한다. 문제는 현재 러시아가 이 연료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HALEU는 우라늄-235 농축도가 5~20%인 연료로, 기존 원전 연료(5% 미만)보다 높은 농축도를 갖는다. 같은 기술로 생산할 수 있지만, 지정학적 상황이 복잡하다. 미국은 2024년 러시아산 핵연료 수입을 2040년까지 금지했고, 유럽도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비축한 HALEU를 기업들에게 나눠주며 실증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독립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은 차세대 원전 상용화를 더욱 지연시킬 수 있다.
안전 vs 속도, 딜레마에 빠진 규제
차세대 원전은 기술적으로 더 안전할 수 있다. 고압 운전이 불필요한 대체 냉각재 사용, 전원 공급 중단 시 자동 정지되는 수동 안전장치 등이 그 예다. 하지만 규제 측면에서는 우려스러운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NPR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은밀히 원자력 규칙을 개정해 환경 보호 조치를 삭제하고 안전·보안 기준을 완화했다. 새 규칙은 실험용 원자로 건설 프로그램 참여 기업들에게만 공유됐고,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았다.
MIT 원자력공학과 코루시 시르반 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이런 우려를 표했다. "최근 '원자력 프로젝트 도장 찍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보며 불안한 추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의 낮은 사상률이 "엄격한 규제 감독"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비싼 차세대 원전
경제성 측면에서도 차세대 원전은 여전히 도전적이다. 조지아주 보글 원전 3·4호기는 2023~2024년 가동을 시작했는데,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건설비는 킬로와트당 1만 5천 달러에 달했다. 첫 건설이라는 점과 계획상 비효율성이 원인이었다.
미국 에너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차세대 원전의 초기 건설비는 킬로와트당 6천~1만 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량생산 시 최대 40% 절감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효율적으로 건설된 기존 원전과 비교해 크게 저렴하지는 않다.
반면 천연가스 발전소는 킬로와트당 최대 1천 600달러면 건설 가능하다. 물론 원전은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60년 이상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풍력·태양광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다.
기자
관련 기사
트럼프와 시진핑이 베이징에서 만난다. 표면은 외교지만 실질 의제는 반도체·AI·희토류·전기차 공급망.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5대 핵심 쟁점을 분석한다.
AI 지속가능성 연구자 사샤 루치오니가 빅테크의 에너지 정보 은폐를 비판하며 새 벤처를 설립했다. AI 사용의 환경 비용, 그리고 기업과 소비자가 알아야 할 것들.
대만 드론 기업 Thunder Tiger가 미 국방부 승인을 받은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에서 입증된 저비용 드론의 비대칭 전략이 미중 긴장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ASML CEO부터 구글 클라우드 COO까지, AI 산업 최전선의 5인이 밀켄 컨퍼런스에서 꺼낸 이야기. 칩 부족, 에너지 위기, 물리적 AI의 주권 문제까지 AI 붐의 이면을 짚는다.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