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센터 폐쇄, 예술이 정치에 굴복하는 순간
트럼프가 케네디센터를 7월 4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2년 후 재개장 예정이지만, 미국 문화계는 이미 위축되고 있다. 예술과 정치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그래미 시상식이 열리던 일요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케네디센터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7월 4일 문을 닫고 2년 후 재개장한다는 계획이다.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서"라고 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트럼프는 케네디센터를 "지치고, 망가지고, 낡은 센터"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건물은 2019년에 대대적으로 확장했다. 더 중요한 건 그가 이사장직을 맡고 자신의 이름을 건물에 새긴 후 벌어진 일들이다. 티켓 판매량이 급락했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취소하거나 거부했다. 2026-27시즌 공연 일정이 아예 없을 정도다.
예술가들의 침묵과 저항
작곡가 필립 글래스는 지난달 자신의 새 교향곡 15번 '링컨' 초연을 취소했다.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6년 전부터 준비해온 작품이었다. 그는 "오늘날 케네디센터의 가치관이 교향곡의 메시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항의가 아니다. 트럼프가 약속한 "새롭고 화려한 엔터테인먼트 컴플렉스"는 존 F. 케네디의 문화적 유산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케네디가 추구했던 "예술의 가치"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는 이미 다른 공연장을 찾고 있다. 오페라단은 2027년과 2028년 공연장을 확보했지만, 영구적인 본거지를 잃는다는 건 치명적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개인 레슨으로 생계를 잇고, 지역 음악가들은 대체 연주자로 활동한다. 요요 마와 무대를 함께한 첼리스트가 워싱턴 D.C.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순환이 끊어질 수 있다.
케네디의 이상 vs 트럼프의 현실
존 F. 케네디는 예술가, 음악가, 작가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전통적 화풍 대신 추상표현주의 화가 엘레인 드 쿠닝에게 대통령 초상화를 맡겼다. 그의 문화 정책이 국립예술기금(NEA) 창설의 토대가 됐다.
1963년애머스트 대학에서 로버트 프로스트를 기리며 한 연설에서 케네디는 "예술 창작 자체가 애국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작가, 작곡가, 예술가의 최고 의무는 자신에게 진실하며 결과가 어떻게 되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 충성을 중시하는 트럼프와는 정반대 철학이다.
트럼프와 새 관장 리처드 그레넬은 케네디센터가 더 많은 돈을 벌기를 원한다. "클래식하고, 애국적이며, 가족 친화적인 예술"로 제한하려 한다. 올해 NEA는 문학 잡지와 소규모 출판사에 지급하기로 한 41개 지원금을 취소했다. 시, 실험적 글쓰기, 문학 번역 등이 주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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