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이 타이완 반도체를 흔든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타이완이 위기에 처했다. TSMC를 비롯한 반도체 산업의 전력 공급 불안이 글로벌 공급망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반도체 한 장을 만들려면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그 전기를 만드는 연료의 상당 부분이 지금 전쟁 중인 중동에서 온다.
이란 전쟁이 격화되면서 세계 경제는 에너지 충격에 대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특히 타이완을 주목한다. 글로벌 첨단 반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는 이 섬나라가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타이완의 아킬레스건: 에너지 의존
타이완은 국내 에너지 자원이 거의 없다. 전력 생산에 필요한 천연가스와 원유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며, 중동산 에너지가 그 핵심 축이다. 2023년 기준 타이완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7%를 웃돈다. 이 가운데 중동산 원유·LNG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에너지 수입의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타이완은 2021년 탈원전 정책을 사실상 확정한 뒤 천연가스 발전 비중을 빠르게 늘려왔다. 2025년 기준 가스 발전 비중은 전체의 약 40%. 원전이 빠진 자리를 메운 것이 하필 중동산 LNG였다.
TSMC, UMC 등 파운드리 기업들은 24시간 가동을 멈출 수 없는 팹(fab) 시설을 운영한다. TSMC 단일 공장의 하루 전력 소비량은 소도시 하나에 맞먹는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생산 원가가 직접 올라간다.
전쟁이 바꾸는 가격표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아시아 LNG 현물 가격은 MMBtu(열량 단위)당 약 18달러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쟁 전 12~13달러 대비 40% 가까운 급등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LNG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럽으로 향하던 LNG 탱커들이 항로를 아시아로 전환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수요는 몰리는데 공급은 막히는 구조다.
경제학자들은 에너지 가격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타이완 제조업 전반의 생산 비용이 5~8% 상승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반도체처럼 전력 집약적인 산업은 그 이상의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타이완 정부는 비상 석유 비축분 방출을 검토 중이며, 일본도 이미 석유 비축 방출 준비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석유 비축은 원유에 한정된 이야기다. LNG는 저장 인프라 자체가 제한적이어서 단기 충격 완충에 한계가 있다.
한국 기업에 미치는 파장
타이완의 에너지 위기는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첫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TSMC와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다. TSMC의 생산 차질은 곧 패키징, 후공정, 메모리 수요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한국 역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3%에 달하는 나라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타이완보다 높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 한국의 전력·산업 비용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다.
셋째, LNG 현물 가격 급등은 한국가스공사와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의 비용 구조를 직접 흔든다.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지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을 운영하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반면 단기적 수혜를 보는 곳도 있다. 타이완 생산 차질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질 수 있다. 공급 부족은 곧 가격 프리미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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