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헌 판결, 대통령 권력의 한계를 그리다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의 일방적 관세 부과를 위헌으로 판결하며, 행정부 권력과 의회 권한 사이의 헌법적 균형을 재확인했다.
1630년대 영국 찰스 1세는 의회 동의 없이 세금을 걷으려다 목숨을 잃었다. 2020년대 도널드 트럼프는 의회 동의 없이 관세를 부과하려다 법정에서 패배했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다행히 이번엔 피를 보지 않았다.
2조 달러 세수 계획의 좌절
미국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4월 이후 부과한 관세들을 위헌으로 판결했다. 문제의 관세는 향후 10년간 2조 3천억 달러의 세수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헌법은 관세를 포함한 모든 세금 부과 권한을 의회에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는 1970년대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관세 부과 권한을 주장했다. 이 법은 "국가안보, 외교정책, 경제에 대한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 상황에서만 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캐나다산 메이플시럽 채취 장비에 25% 관세를 매기는 것이 과연 국가비상사태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한국 기업들이 느낀 직격탄
이번 관세 부과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큰 타격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내 가전제품 가격 상승으로 판매량 감소를 경험했고, 현대차와 기아는 자동차 부품 관세로 인한 생산비 증가에 시달렸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소재에 부과된 관세는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의 미국 진출 전략에 차질을 빚었다.
미국 소비자들 역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전기요금은 발전 및 송전 장비 관세로 인해 상승했고, 맥주 캔 관세로 6팩 맥주값이 올랐다. 아이들 신발값도 덩달아 뛰었다.
권력 분립의 승리인가, 경제 현실인가
이번 판결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헌법학자들은 "의회의 세금 부과 권한을 수호한 역사적 판결"이라고 평가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영국 왕의 자의적 과세를 경험한 후 만든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중국과의 경제 전쟁에서 대통령의 손발을 묶는 판결"이라고 반발한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힌 21세기에 18세기 헌법 조항을 고집하는 것이 현실적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흥미로운 건 주식시장의 반응이다. 판결 직후 미국 증시는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관세 철회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긍정적으로 봤다. 한국 수출 관련주들도 동반 상승했다.
이란 전쟁 가능성과 예산 권력
더 큰 우려는 따로 있다. 트럼프가 이란과의 전쟁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전쟁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과거 클린턴 대통령은 1999년 유고슬라비아 개입 때 의회의 승인 표결은 무산됐지만, 예산 승인은 받아냈다. 사실상 다른 이름의 전쟁 승인이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관세로 독자적 세수원을 확보했다면, 의회 동의 없이 전쟁을 치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런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제 트럼프도 전임자들처럼 돈이 필요하면 의회에 손을 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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