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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마일이 세계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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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마일이 세계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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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 하루 1000만 배럴이 사라진 지금, 세계는 어떤 인프라를 지었어야 했는가? 한국 산업과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 분석.

폭이 21마일에 불과한 해협 하나가 세계 경제를 멈추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이 어떻게 끝나든,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하루 900만~1000만 배럴의 원유가 글로벌 시장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 일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20%가 끊겼고, 디젤·항공유 같은 정제 제품 하루 500만 배럴이 증발했다. 농업용 비료,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헬륨, 병원 MRI 기기까지—현대 문명의 기반이 되는 물질들이 줄줄이 공급 충격에 노출되고 있다.

이 위기는 1973년 아랍 석유 금수 조치보다 심각하고, 2022년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보다 광범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리랑카, 태국, 파키스탄 정부는 이미 에너지 절약을 위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공장들은 생산 능력을 줄이고 있고, 아시아 곳곳의 공항은 연료 부족으로 항공편을 제한하고 있다.

두 개의 파이프라인, 그리고 그 한계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걸프 에너지를 세계 시장으로 보낼 수 있는 주요 파이프라인은 단 두 개다.

첫 번째는 사우디아라비아페트로라인(Petroline)이다. 동부 유전에서 홍해 항구 얀부까지 1,200km를 잇는 이 파이프라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의 봉쇄에 대비해 건설됐다. 지금 그 설계 목적대로 작동하고 있지만, 단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폭발적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파이프라인이 원유만 운반한다는 것이다. 디젤도, 항공유도, 수억 명이 요리에 쓰는 액화석유가스도 흐르지 않는다.

두 번째는 아랍에미리트아부다비 원유 파이프라인(ADCOP)이다. 2012년 개통된 이 파이프라인은 호르무즈를 완전히 우회해 오만만의 후자이라 항구로 연결된다. 하지만 하루 처리 용량이 170만 배럴에 그쳐, UAE 전체 생산량의 약 40%는 여전히 우회로가 없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공백이 있다. 쿠웨이트이라크 남부 유전—세계 공급에 결정적인 매장량을 보유한—은 우회 경로가 전혀 없다. 생산되는 거의 모든 배럴이 호르무즈를 통과해야 한다.

해법은 있다. 의지가 없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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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기술적으로는 이미 실현 가능하다.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페트로라인의 용량을 두 배로 늘리고, 그 옆에 정제 제품 전용 파이프라인을 신설한다. ADCOP 역시 용량을 두 배로 확장하고 후자이라를 세계적 에너지 허브로 키운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과제—이라크 남부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쿠르디스탄을 거쳐 터키 지중해 연안의 세이한(Ceyhan) 수출 터미널까지 이어지는 신규 파이프라인 회랑을 건설한다. 키르쿠크-세이한 파이프라인의 노후화된 버전이 이미 존재하지만,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분열된 관리 체계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마지막 프로젝트는 터키, 이라크 중앙정부, 쿠르디스탄 자치정부, 쿠웨이트를 한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수년간 외교적 노력이 있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금의 위기가 그 교착 상태를 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비용은 누가 댈까. 전문가들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세계은행을 중심으로 걸프 산유국, 에너지 소비국, 다자개발은행, 국부펀드, 민간 자본이 연합하는 구조를 제안한다. 미국이 자본과 외교력으로 주도권을 쥐지 않으면, 그 공백을 중국이 채울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나온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영향력의 문제다.

역사는 이미 답을 보여준 적 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은 건 행운이 아니었다. 남부 가스 회랑이 카스피해 가스를 조지아와 터키를 거쳐 남유럽으로 공급했고, 폴란드·리투아니아·그리스에 미리 지어진 LNG 터미널들이 수입을 늘렸다. 위기 전에 쌓아둔 인프라가 위기를 버텨냈다.

한국은 어디 서 있는가

이 위기는 한국에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며,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를 통과한다. 현대제철, 포스코 같은 철강 기업들의 원료탄, 한화솔루션·롯데케미칼 같은 석유화학 기업들의 납사(naphtha) 원료, 대한항공·아시아나의 항공유—모두 같은 해협에 묶여 있다.

정제 제품 공급 차질은 특히 예민한 문제다.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정유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원료인 원유 자체가 들어오지 않으면 정유 능력은 의미가 없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의 가동률 저하는 국내 연료 공급뿐 아니라 수출 경쟁력에도 직격탄이 된다.

더 긴 시야로 보면, 이번 위기는 한국이 에너지 안보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공급망 다변화, 전략 비축유 확충, 그리고 IMEC(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 같은 다자 인프라 프로젝트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이 질문들이 갑자기 매우 구체적인 무게를 갖게 됐다.

한편에서는 이번 위기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근거가 된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원유는 단순한 연료가 아니다. 플라스틱, 의약품, 비료, 합성 소재의 원료다. 전기로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면서도 지금의 공급망을 동시에 안정시켜야 한다는 주장—두 목표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병행해야 한다는 논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본 콘텐츠는 AI가 원문 기사를 기반으로 요약 및 분석한 것입니다. 정확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원문 확인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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