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 겨울폭풍이 던진 질문, 우리는 얼마나 준비됐나
미시시피 겨울폭풍 피해 현장에서 본 기후변화 시대 재난 대응의 현실. 나무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다시 묻다.
15만 가구가 전력을 잃었다. 미시시피주 작은 마을 워터밸리에서 겨울폭풍 펀(Fern)이 할퀴고 간 상처는 단순히 나무 몇 그루가 쓰러진 것 이상이었다. 얼음에 뒤덮인 나뭇가지들이 운석처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한 가족은 5개의 담요와 3개의 침낭 아래서 밤을 지새웠다.
예상치 못한 적응의 시간
워터밸리는 인구 3,400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 주민들은 토네이도와 허리케인에는 익숙하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기상 경보에 욕조로 피하는 것이 일상이다. 하지만 겨울폭풍은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폭풍이 지나간 일요일 아침, 소나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웃집 진입로는 쓰러진 나뭇가지로 막혔고, 아이들은 얼음 덮인 도로에서 썰매를 타며 놀았다. 집 뒤뜰에서는 40여 마리의 새들이 서식지를 잃고 모이를 찾아 헤맸다.
전력이 복구되기까지 5일 반이 걸렸다. 그동안 주민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잠을 자며 추위를 견뎌야 했다. 해가 지기 전인 오후 3시 30분에 저녁을 먹는 것이 새로운 일상이 됐다.
나무와 함께 사는 삶의 역설
미시시피의 많은 오래된 나무들은 단순히 베어낼 이유가 없어서 보존됐다. 개발되지 않은 땅이 많아 자연이 그대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런 공존의 방식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윌리엄 포크너의 집과 미시시피 대학교를 연결하는 베일리 숲에서 자란 한 주민은 어린 시절 손전등 없이도 황혼 무렵 숲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나무는 아름다움과 위안을 주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 그 같은 나무들이 얼음폭풍 속에서는 위험한 무기가 된다.
이웃들은 이제 겨울 대비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아이젠, 핫팩, 장갑, 눈삽, 보조배터리, 캠핑용 스토브. 몇십 년에 한 번 오는 폭풍이라고 했지만, 얼음폭풍은 점점 일상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회복력의 서로 다른 속도
전력은 며칠 만에 복구됐지만, 나무들의 회복은 훨씬 오래 걸린다. 소나무는 비교적 빨리 자라지만, 참나무는 느리다. 133년 된 참나무 한 그루가 폭풍을 견뎌냈다. 이 나무는 앞으로도 아름다움의 상징이자 동시에 위험의 경고가 될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겨울철 한파와 여름철 폭염이 극단화되고 있다. 서울의 오래된 가로수들이 태풍에 쓰러지는 모습을 우리도 목격했다. 부산의 해운대나 제주도의 한라산도 기후변화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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