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비용, 이제 석유회사가 낸다
일리노이주를 시작으로 미국 각 주가 석유회사에 기후변화 피해 복구비용을 부담시키는 '기후 슈퍼펀드' 법안을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 비용 부담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되고 있다.
보험료가 오르고, 전기요금이 치솟고, 극한 기상으로 인한 피해가 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누군가는 이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그 '누군가'가 바뀌고 있다.
일리노이주 의회가 이번 회기에 '기후변화 슈퍼펀드' 법안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석유회사들로 하여금 기후변화로 인한 재정적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법안으로, 미국 전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비용 부담의 대전환
법안을 발의할 예정인 로빈 가벨 일리노이 주 하원의원은 주 내에서 증가하는 홍수와 폭염 위협을 법안 추진 동기로 밝혔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선 경제적 생존 전략이다.
현재 기후변화 피해 비용은 주로 개인과 지방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주택 보험료 상승, 공공 인프라 복구비, 의료비 증가 등이 모두 시민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슈퍼펀드 방식은 이 구조를 뒤바꾼다.
기후 슈퍼펀드는 기존의 환경오염 정화를 위한 슈퍼펀드 개념을 기후변화에 적용한 것이다. 오염 원인 제공자가 정화 비용을 부담하는 '오염자 부담 원칙'을 기후변화에도 적용하자는 것이다.
확산되는 '책임 추궁' 움직임
일리노이주만이 아니다. 뉴욕주는 이미 작년에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켰고, 버몬트주도 관련 법안을 검토 중이다. 캘리포니아, 메사추세츠, 메릴랜드 등 여러 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법안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과거 수십 년간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한 대형 석유회사들이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해수면 상승 대비 인프라 구축, 극한 기상 대응 시설 마련, 재생에너지 전환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석유업계는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법적 불확실성과 소급 적용의 문제점을 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피해가 가시화되면서 여론은 점점 '원인 제공자 부담'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한국에 던지는 질문
이런 움직임은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한국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태풍, 집중호우,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매년 커지고 있으며, 이 비용은 결국 국민과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회사들과 포스코, 현대제철 같은 탄소 다배출 기업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까? 미국의 사례가 확산되면 한국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은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로 인해 탄소 배출량이 상당하다. 기업들의 환경 책임이 강화되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한국 기업들도 새로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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