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갔던 800만 명, 미국 대선을 좌우하다
전과자 800만 명이 만드는 '가상의 12번째 주'. 투표권 박탈이 미국 민주주의에 미치는 충격적 영향을 분석한다.
만약 미국의 모든 전과자들을 한 곳에 모아 하나의 주를 만든다면, 그곳은 12번째로 큰 주가 될 것이다. 최소 700만~800만 명의 인구와 선거인단 12표를 가진 거대한 정치 세력 말이다.
접전이 벌어지는 대선에서 이 '가상의 주'는 백악관의 주인을 결정할 수도 있다. 투표를 해서가 아니라, 투표를 하지 못해서 말이다.
침묵하는 800만 표의 위력
조지 W. 부시가 537표 차이로 승리한 2000년 플로리다를 다시 보자. 당시 플로리다 유권자 1170만 명 중 약 80만 명이 전과 때문에 투표권을 잃었다. 이들 중 단 10%만 투표하고 55%가 민주당을 선택했다면? 앨 고어가 6000표 차이로 이겼을 것이다.
실제 부시의 승리 차이는 537표였다.
정치학자 케빈 스미스는 신간 《감옥장의 계산》에서 이런 충격적 분석을 내놨다. 지난 40년간 대량 수감 정책이 선거 결과에 미친 영향을 추적한 결과다.
2016년 대선도 마찬가지였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을 모두 1%포인트 미만 차이로 가져갔다. 만약 전과자들의 투표권이 보장됐다면?
미국만의 특수한 현실
미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가장 많은 시민을 감옥에 가둔다. 권위주의 국가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2000만 명 이상이 감옥을 거쳤거나 중죄자 감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
현재 투표권 박탈 현황은 이렇다:
- 감옥에 있는 동안: 48개 주에서 투표 금지 (예외: 메인, 버몬트)
- 출소 후에도: 10개 주에서 영구 또는 일정 기간 박탈
- 아이다호, 오클라호마, 텍사스: 시민 10명 중 1명 투표 불가
- 흑인 남성: 5명 중 1명 투표권 박탈
더 놀라운 건 투표권을 되찾아도 실제로는 투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과자 투표율은 10%에 불과하다. 사법 제도에 대한 불신이 정치 참여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
정치 지형을 바꾸는 보이지 않는 손
학자들은 이 집단이 투표한다면 70%가 민주당을 선택할 것으로 추정한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55% 정도다.
2018년 플로리다 주민들은 전과자 투표권 복원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공화당 주 정부는 곧바로 '벌금과 수수료 완납' 조건을 달았다. 결과적으로 100만 명 가까이가 여전히 투표할 수 없다.
론 드산티스와 릭 스콧의 플로리다 주지사 당선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접전 끝에 승리했지만, 전과자들이 투표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수도 있다.
한국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
한국도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전과자는 약 500만 명. 전체 인구의 10%에 달한다. 다행히 한국은 출소와 동시에 투표권이 복원되지만,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정치 참여 기피는 여전하다.
미국의 사례는 형사정책이 단순히 치안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정치적 이슈임을 보여준다. 누구를 감옥에 보내고, 언제 사회로 복귀시킬지 결정하는 것이 결국 선거 결과까지 좌우한다는 뜻이다.
기자
관련 기사
텍사스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 켄 팩스턴과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가 맞붙는다. 두 후보가 대표하는 기독교는 완전히 다르다. 이 선거는 미국에서 '기독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묻는 싸움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공무원 전체에 포괄적 비밀유지협약(NDA) 서명을 추진한다. 민간 기업의 관행을 정부에 이식하려는 이 시도가 민주주의 투명성에 던지는 질문을 짚는다.
2024년 대선 패배 이후 미국 민주당은 공개 논쟁 없이 조용한 노선 전환을 시도 중이다. 이 '비공개 합의'가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을 바꿀 수 있을까?
수천 명이 워싱턴 D.C. 내셔널몰에 모여 미국을 신에게 재헌납하는 집회를 열었다. 신사도개혁운동(NAR)이 트럼프 행정부와 손잡은 이 집회가 미국 정치와 종교의 경계를 어떻게 지우고 있는지 살펴본다.
의견
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로그인하고 의견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