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만 무역협정, 반도체 굴기의 딜레마
미국이 대만에 15% 관세 적용하며 840억 달러 구매 약속을 받아냈지만, 반도체 공급망 40% 이전 요구는 '불가능'이라는 반발에 직면
15% 관세의 의미
미국이 대만에게 15%라는 숫자를 내밀었다. 일본, 한국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율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만만치 않다. 대만은 미국 상품에 대한 관세 장벽 99%를 철폐하고, 84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제품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구매할 품목은 액화천연가스, 원유, 항공기, 전력장비 등이다. 연평균 168억 달러씩 미국 제품을 사겠다는 뜻이다. 한국의 연간 대미 수입액이 약 700억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대만의 약속은 상당한 규모다.
반도체 공급망 40% 이전, '불가능'한 요구?
진짜 갈등은 여기서 시작된다.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은 "대만 반도체 공급망의 40%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못 박았다. 따르지 않으면 100% 관세를 매기겠다는 협박도 덧붙였다.
대만의 반응은 단호했다. 정리춘 부총리는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된 대만의 반도체 생태계를 단순히 이전할 수는 없다"며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기업들이 이미 미국에 2,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지만, 공급망 전체를 옮기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입장이다.
승자와 패자의 셈법
이번 협정의 진짜 승자는 누구일까? 표면적으로는 양쪽 모두 얻을 것이 있어 보인다.
미국의 수확:
- 840억 달러 규모의 확실한 수출 시장 확보
- 대만의 첨단 반도체 기술과 생산 능력을 미국 본토로 일부 이전
- 중국 견제 효과
대만의 딜레마:
- 15% 관세로 미국 시장 접근성 개선
- 하지만 핵심 산업인 반도체 생태계 분산 압박
- 중국의 반발과 경제적 보복 우려
중국은 이번 협정을 "대만의 경제적 이익만 빼앗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이 대만의 핵심 산업을 "공동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한국 기업들에게는 복합적 신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만 반도체 기업들과 경쟁하면서도 협력하는 관계다. 대만 기업들이 미국 투자에 집중하면, 한국 기업들에게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대만에 적용한 "40% 이전" 압박이 한국에도 향후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미국은 삼성과 SK에게도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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