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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가 막혔다, 그래도 유조선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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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가 막혔다, 그래도 유조선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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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조선 90% 이상이 멈췄지만, '그림자 선단'은 여전히 항해 중이다. 국제 해양 규범의 자발적 구조가 드러낸 민낯을 분석한다.

2026년 2월 28일, 페르시아만에 정박한 400척 이상의 유조선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선주들이 출항 허가를 내리지 않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을 격침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이 사실상 봉쇄됐다. 그런데 일부 유조선은 지금도 그 해협을 지나고 있다.

규칙을 따르지 않는 배들이다.

바다는 육지와 다르게 작동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이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물동량은 90% 이상 급감했다. 미국, 이스라엘,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본격화된 2026년 2월 28일 이후의 일이다. 전쟁 위험 지역에 대한 선박 보험 발급이 개별 심사로 전환됐고, 국제해사기구(IMO)는 선원들에게 해당 해역 항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공식 통보했다. 법을 지키는 선박들은 멈췄다.

그러나 이 상황이 단순히 전쟁의 결과만은 아니다. 더 오래된, 더 구조적인 문제가 이번 위기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제 해양 질서는 애초에 강제가 아닌 자발적 참여 위에 세워져 있다.

167개국이 서명한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은 거의 모든 상업 선박에 자동위치발신장치(AIS) 트랜스폰더 상시 작동을 의무화한다. 그런데 이를 끄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는 장치는 없다. 선원이 스위치를 내리면 그 배는 모든 지도에서 사라진다. 경보가 울리는 '글로벌 해양 본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박 국적 등록도 마찬가지다. 이론상 모든 선박은 특정 국가의 국기를 달고, 그 국가가 규제와 검사를 책임진다. 그러나 현실에서 선박 등록은 상업적 거래다. 아랍에미리트 소재 페이퍼컴퍼니 소유 선박이 카메룬, 팔라우, 라이베리아 국기를 달 수 있다. 내륙 국가인 몽골조차 원양 선박 등록부를 운영한다. 항만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면 선박은 다른 나라로 재등록하면 그만이다. 온라인으로도 가능하다.

'그림자 선단'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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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조적 허점을 활용하는 선박들을 해운업계에서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이라 부른다. 해양 인텔리전스 기업 Windward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확인된 그림자 선단은 약 1,100척으로, 전체 액체 화물 운반 유조선의 17~18%에 달한다.

이 배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알면, 국제 해양 질서의 민낯이 보인다.

2025년 12월, 미국은 '스키퍼(Skipper)'라는 제재 대상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 배는 가이아나 국기를 달고 있었지만, 가이아나는 이 배를 등록한 적이 없었다. 법적으로 이 배는 지구상 어떤 나라의 권위도 없이 항해하는 '무국적 선박'이었다. 또 다른 선박 '아르쿠삿(Arcusat)'은 한술 더 떠 IMO 선박 고유 식별번호 자체를 변조했다. 자동차로 치면 차대번호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 기법들을 조합하면 하나의 완성된 회피 시스템이 된다. 노후 유조선을 페이퍼컴퍼니로 구매하고, 편의치적(flag of convenience)으로 등록하고, 정체불명의 보험을 든 뒤, 민감한 해역에 접근할 때 트랜스폰더를 끈다. 공해상에서 선박 간 원유를 옮겨 싣고, 아무것도 묻지 않는 구매자에게 납품한다. 주목을 받으면 이름을 바꾸고 재등록한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러시아산 원유를 운반하는 선박의 3분의 2는 보험사가 '불명(unknown)'으로 기록돼 있다. 사고가 나도 누구에게 청구해야 할지 모른다는 뜻이다.

왜 지금 이것이 중요한가

그림자 선단은 시스템이 고장났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시스템이 자발적 참여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생겼다.

수십 년간 이 시스템이 작동한 이유는 규칙을 어기는 것이 규칙을 따르는 것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국제 제재가 그 계산을 바꿨다. 이란은 2018년 핵 협상 결렬 이후 제재가 재개되자 자체 우회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재가 본격화되자 그 시스템을 대폭 확장했다. 규칙 준수의 비용이 너무 커지자, 자발적으로 이탈하는 나라들이 나타났다.

한국 입장에서 이 문제는 추상적이지 않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한다.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없이는 가동이 어렵다. 해협이 봉쇄된 상황에서 대체 공급선을 찾는 것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림자 선단이 움직이는 원유를 구매하는 것은 제재 위반의 위험을 동반한다.

더 큰 그림에서 보면, 이번 위기는 국제 규범 체계 전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자발적 참여에 기반한 국제 질서는 모두가 참여할 유인이 있을 때만 작동한다. 그 유인이 사라지면, 규칙은 규칙을 지키는 사람들만의 규칙이 된다.

본 콘텐츠는 AI가 원문 기사를 기반으로 요약 및 분석한 것입니다. 정확성을 위해 노력하지만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원문 확인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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