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의 약속, 유럽의 의심 - 트럼프 시대 동맹의 새로운 조건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유럽에 대서양 동맹 유지를 약속했지만, 그 이면에는 '공정한 부담 분담'이라는 조건이 숨어있다.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브뤼셀의 한 회의실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유럽 외교관들에게 말했다. "미국은 대서양 동맹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다음 문장이 진짜 메시지였다. "단, 공정한 부담 분담을 전제로 합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국들에게 보내는 명확한 신호다. '우리는 떠나지 않겠지만, 조건이 있다'는 것이다.
동맹의 새로운 가격표
루비오의 발언은 NATO 회원국들이 GDP 대비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현실을 겨냥한다. 현재 30개 회원국 중 절반도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1.57%, 프랑스는 1.9%에 그친다.
미국은 지난해에만 NATO 예산의 68%를 부담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왜 우리만 이렇게 많이 내야 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럽의 시각은 다르다. 독일의 한 외교관은 "미국이 유럽에서 철수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보는 건 미국"이라고 반박한다. 유럽은 미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핵심 거점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이유
이 논쟁이 태평양 건너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는 이미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 1조 4천억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루비오의 유럽 발언은 한국에 대한 예고편이다. "동맹은 유지하되, 비용은 더 내라"는 공식이 전 세계 미군 주둔국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 무역과 기술 협력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맹의 진화인가, 위기인가
루비오의 메시지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동맹의 현대화"다. 냉전 시대와 달리 오늘날은 중국의 부상, 러시아의 침공, 사이버 위협 등 새로운 도전이 등장했다. 이에 맞춰 동맹도 진화해야 한다는 논리다.
둘째는 "거래적 동맹"으로의 전환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을 가치나 이념이 아닌 '비용 대비 효과'로 평가하려 한다. 이는 지난 75년간 유지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유럽 지도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폴란드처럼 국방비를 GDP 대비 4%까지 늘린 국가들은 "우리는 이미 충분히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독일은 "경제적 기여도 국방비만큼 중요하다"며 다른 방식의 기여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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