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의 예언자, 악마와 대화하는 보수 지식인
J.D. 밴스의 멘토이자 미국 보수주의 사상가 로드 드레허. 그는 왜 악마의 존재를 믿으며, 서구 문명의 종말을 예언하는가?
58세 남성이 파리 거리를 걸으며 휴대폰 속 악마를 경고한다. 그의 이름은 로드 드레허. J.D. 밴스 부통령이 "그가 없었다면 내가 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한 인물이다. 미국 보수주의 지식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소리 중 하나인 그가 지금 유럽을 떠돌며 찾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밴스의 멘토가 된 블로거
지난해 4월, 워싱턴 D.C. 헤리티지 재단 강당에서 벌어진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밴스가 연단에 올라 청중들에게 말했다. "제가 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친구 로드 덕분입니다."
드레허는 2010년대 초 무명의 정치인이던 밴스의 회고록 『힐빌리 엘레지』를 자신의 블로그에서 적극 홍보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밴스의 정치적 경력이 시작됐고, 드레허는 그의 조언자 역할을 해왔다. 두 사람이 무대에서 포옹하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현재 미국 보수주의의 정신적 뿌리를 엿볼 수 있다.
드레허는 아메리칸 컨서버티브 잡지 블로거로 시작해 월 1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영향력 있는 필자가 됐다. 그의 2017년 저서 『베네딕트 옵션』은 세속화 시대에 기독교도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다룬 책으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서브스택과 더 프리 프레스에 기고하며 종교 보수주의자들의 불안과 열망을 대변하고 있다.
악마를 믿는 지식인
드레허의 세계관에서 가장 독특한 부분은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다. 그는 최신 저서 『경이로움 속에서 살기』에서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훨씬 더 기이하다"고 주장한다. 과학적 유물론을 버리고 "영적 세계가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는 피터 틸의 적그리스도론이나 전 FBI 부국장 댄 봉지노의 악마 실존론 등 트럼프주의 우파의 묵시록적 사조와 맞닿아 있다. 터커 칼슨이 2024년 침대에서 악마에게 공격받았다는 이야기를 공개하기 전에 먼저 털어놓은 상대도 드레허였다.
드레허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어퍼 이스트사이드 아파트에서 실제로 악마에 사로잡힌 여성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악마가 그 여성의 입을 통해 욕설을 퍼부었는데, 남편이 주머니에 숨겨둔 '진짜 십자가의 유물'로 악마를 조용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는 이런 경험들이 얼마나 실제적인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신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중요한 것은 "과학주의와 합리성의 철창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서구 문명의 종말론자
드레허에게 이런 초자연적 현상들은 단순한 미신이 아니다. 그것들은 현대 사회의 정신적 혼란을 설명하는 은유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 미국을 종교와 희망이 고갈되고, 인터넷의 거짓 신들에 의해 마약에 취하고 산만해진 지옥으로 본다.
"만약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들 사회와 문화를 창조하려고 한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정신과 의사 이언 맥길크리스트의 말을 인용하며, 외로움, 불안 증가, 정치적 양극화 등이 모두 기독교에 기반한 사회·문화 질서의 해체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흥미롭게도 드레허의 이런 진단은 일부 세속적 지식인들에게도 공감을 얻고 있다. 소말리아 출신 작가 아얀 히르시 알리나 영국 코미디언 러셀 브랜드는 기독교로 개종했고, 조던 피터슨이나 조 로건 같은 인물들도 서구 문명을 지키기 위해 기독교가 필요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신은 망상이다』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조차 자신을 "문화적 기독교도"라고 선언했다.
오르반의 헝가리에서 찾은 희망
드레허는 2022년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국가 지원 싱크탱크인 다뉴브 연구소와 연계되어 있다. 그는 오르반을 "진정한 비전가"라고 칭송하며, 이민 제한을 통해 헝가리의 사회·문화적 통합성을 구해낸 인물로 평가한다.
드레허는 2021년 터커 칼슨과 오르반의 인터뷰를 주선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 인터뷰 이후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부다페스트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했고, "헝가리 모델"이 트럼프 정치의 표준 레퍼토리가 됐다. 드레허는 이런 변화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있다.
오르반 정권의 민주주의 제도 훼손, 만연한 부패, 취약한 경제,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굴복 등에 대해 질문하자, 드레허는 오르반의 모든 정책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헝가리 지도자에 대한 찬사는 계속했다.
개인적 고통이 만든 세계관
드레허의 종말론적 세계관을 이해하려면 그의 개인사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는 루이지애나 주 작은 마을 세인트프랜시스빌에서 자랐다. 아버지 레이 드레허는 권위주의적 성격으로, 아들이 평생 고향에 머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책을 사랑하고 유럽을 꿈꾸던 로드는 집을 떠났고, 아버지는 이를 용서하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 드레허는 여러 종교를 거쳐갔다. 세속적 자유주의자에서 시작해 26세에 가톨릭으로 개종했다가, 2006년에는 더욱 전통적인 동방정교회로 옮겨갔다. 2011년에는 폐암에 걸린 여동생 루시를 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 화해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고향에서 보낸 10년은 그에게 시련의 연속이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았고, 결혼생활도 파탄났다. 4년 동안은 만성 단핵구증으로 하루 4-6시간씩 잠자리에 누워 지내야 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원했던 것은 나를 인정해주는 아버지와 함께 집에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그것은 내 몫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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