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세금 완화, 미국 연방정부가 포기하는 '조용한 규제
트럼프 행정부의 대마초 재분류로 23억 달러 세금 혜택 예상. 하지만 연방정부의 간접 규제 수단도 함께 사라진다. 세금 정책이 산업을 어떻게 조용히 통제해왔는지 분석.
23억 달러.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12월 가속화한 대마초 재분류로 업계가 얻게 될 세금 혜택 규모다. 하지만 이 숫자 뒤에 숨은 더 큰 변화를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80% 세율의 비밀
현재 미국의 합법 대마초 사업체들은 독특한 세금 부담을 안고 있다. 일반 기업이라면 당연히 공제받을 수 있는 임대료, 전기료, 직원 급여 등을 세금 계산에서 빼지 못한다. 통제물질법 1급과 2급 약물을 다루는 사업에는 내국세법 280E조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매출 10만 달러, 운영비 8만 달러인 사업체가 있다고 하자. 일반 기업이라면 순이익 2만 달러에 대해 21%의 세율로 4,200달러를 납부한다. 세후 현금 이익은 1만 5,800달러다.
하지만 합법 대마초 사업체라면? 8만 달러 운영비 공제가 전면 거부된다. 총매출 10만 달러에 대해 2만 1,000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1,000달러 적자가 발생한다. 일부 대마초 기업들이 실효세율 80%를 기록하는 이유다.
알 카포네부터 시작된 세금 무기화
이런 기이한 세금 구조는 1927년 대법원 판결에서 시작됐다. "불법 활동으로 얻은 소득도 과세 대상"이라는 판결이었다. 1931년 조직범죄 보스 알 카포네가 탈세 혐의로 감옥에 간 것도 이 원리 때문이다.
1981년 세무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불법 활동도 순소득 기준으로 과세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의회는 발끈했다. 마약상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자는 뜻이냐는 것이었다. 이듬해 280E조가 탄생했다.
본질적으로 마약 판매업자들에게 딜레마를 안긴 셈이다.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민사·형사 처벌을 받고, 신고하면 살인적인 세율을 감당해야 한다. 금주법 시대 재무부가 세법으로 조직범죄와 싸웠듯, 세법의 이중 억제 효과로 불법 마약 거래를 막겠다는 전략이었다.
세금이 만든 산업 생태계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이런 살인적 세율에도 불구하고 합법 대마초 산업은 지난 10년간 매출이 3배 이상 늘었다. 4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세법이 산업을 죽이지는 못했지만, 대신 조용히 모양을 바꿔놓았다.
첫째, 자금 조달 방식이 달라졌다. 높은 세율로 현금 흐름이 제약되자 내부 자금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졌다. 대신 사모펀드, 특수 리스 계약, 지분 투자 등 비전통적 자금원에 의존하게 됐다. 연방법상 여전히 불법이라 일반 은행이나 공개 자본시장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식물을 만지지 않는" 활동들이 분리됐다. 백오피스 지원, 부동산 관리, 브랜딩 라이선스 등을 법적·공간적·운영적으로 완전히 분리하면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들의 지속적 감시가 필요해졌다.
셋째, 재고 관리가 극도로 정밀해졌다. '매출원가'는 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생산비용을 꼼꼼히 추적해야 한다. 주정부 규제도 재고 추적을 요구하지만, 280E조는 여기에 재정적 인센티브까지 더했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이유
한국은 아직 의료용 대마초조차 제한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사례는 세금 정책이 어떻게 산업을 '조용히 규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다.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는 새로운 산업들 - 가상자산, 온라인 도박, 전자담배 등 - 에 대해 정부가 어떤 접근을 취할지 생각해볼 지점이다. 직접적인 규제 대신 세제를 통한 간접 통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특히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새로운 사업 영역에 대한 규제 방식을 고민할 때도 참고할 만하다. 금지보다는 세제 인센티브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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