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제동 건 대법원, 공화당 내분이 민주당에 선물한 완승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관세를 위법 판결하며 공화당 분열 노출. 경제 자유주의 vs MAGA 노선 갈등이 사법부까지 확산된 배경과 의미를 분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관세 차트를 들어 보이며 득의양양해하던 모습이 이제는 과거가 됐다. 미국 대법원이 금요일 내린 판결로 그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위법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판결에서 더 흥미로운 건 트럼프의 패배가 아니라, 공화당 대법관들 사이에 드러난 균열이다. 보수 성향 대법원에서 민주당이 완승을 거둔 배경에는 공화당 내부의 깊은 이념 갈등이 숨어 있다.
6대 3 판결의 속내, 공화당도 둘로 갈렸다
러닝 리소시스 대 트럼프 사건에서 총 6명의 대법관이 트럼프의 관세가 불법이라고 결론지었다. 공화당 출신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의견서를 작성했고, 공화당 대법관 닐 고서치와 에이미 코니 배럿, 그리고 민주당 대법관 3명이 동조했다.
핵심은 트럼프가 관세 부과 근거로 내세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의 해석이었다. 이 법은 대통령에게 "수입이나 수출을 규제할" 권한을 부여한다. 하지만 로버츠 대법원장은 "규제한다"는 것이 "세금을 부과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연방법에는 행정부에 누군가나 무언가를 '규제할'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들이 가득하지만, 규제 권한에 과세 권한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 법률은 찾을 수 없다"는 게 로버츠의 설명이다.
보수 법리도 트럼프에겐 독이 됐다
더 흥미로운 건 로버츠가 "중대한 질문" 법리까지 동원해 관세를 무너뜨린 점이다. 이 법리는 2014년 처음 등장한 보수적 사법 도구로, 행정부가 야심찬 정책을 펼치려 할 때 의회의 명확한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법리는 지금까지 조 바이든 행정부만을 겨냥해 사용됐다. 민주당 정책을 견제하는 도구로만 쓰이다가 처음으로 공화당 대통령에게 적용된 셈이다.
민주당 대법관 엘레나 케이건은 별도 의견서에서 "일반적인 법률 해석 도구만으로도 오늘 결과를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며 굳이 이 법리를 쓸 필요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대법관들이 로버츠 의견서의 핵심 7페이지에 동조하지 않은 이유다.
자유무역 vs 보호무역, 공화당의 정체성 혼란
이번 판결은 공화당 내부의 근본적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한쪽에는 폴 라이언 스타일의 경제 자유주의자들이, 다른 쪽에는 개입주의적 접근을 선호하는 MAGA 세력이 서 있다.
실제로 작년 봄 보수 법조계 최고 권위 단체인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 행정권력 컨퍼런스에서도 여러 연사들이 관세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관세 반대 소송의 주요 변호사 중 하나는 조지 W. 부시 시절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지낸 마이클 맥코넬이었다.
공화당 내 유력 인사들도 관세 반대 의견서에 이름을 올렸다. 자유무역에 대한 원칙적 신념을 가진 공화당원들과 당 지도자를 따라야 한다고 믿는 당파적 공화당원들 사이의 선명한 대비가 나타났다.
민주당의 완벽한 승리, 타이밍이 만든 기회
결국 이런 공화당 내 분열이 대법원 공화당 다수파를 정확히 반으로 갈라놓았다. 트럼프의 관세가 무너진 것은 물론, 공화당이 자신들의 "중대한 질문" 법리를 강화할 5표도 확보하지 못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가장 깔끔한 승리다. 관세는 막았지만 보수적 법리 확장에는 가담하지 않았다. 어떤 타협도 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모두 얻은 셈이다.
이는 트럼프에게 우호적이었던 대법원의 이전 행보 - 대통령 권한으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면책 특권까지 인정했던 - 를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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